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간단한 경영지식을 제공해온 현직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으로 대통령실 국정과제1비서관실에 파견 근무하고 있는 이경만 행정관(부이사관·47·사진).

이 행정관은 2002년 부산시청 정보기획담당 계장으로 일할 때 경영전략과 관련된 정보를 쉽지 접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알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매일 스크랩한 신문과 잡지에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 두 개를 매일 추려내 이를 이메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요약된 정보를 ‘지식비타민’이라고 이름 짓고 메일 주소를 아는 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 빠짐없이 보냈다. 이어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했다.

이 행정관은 “어릴 적에 친형이 중소기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난 적이 있다”며 “부도 후유증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중소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식비타민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3만60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95%가 중소기업 사장이나 임원이다. 2003년 지식비타민 회원으로 이 행정관을 만났던 A모 기업의 신동열 사장(34)은 “당시 사회 경험과 경영지식이 전무한 저에게 친형처럼 멘토 역할을 해줘 창업 초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금은 경기도 용인 온산면에 식품제조 공장을 세우고 식품 대기업과 홈쇼핑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납품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 행정관은 2009년 미국 워싱턴DC의 로펌에 1년6개월간 연수를 갔지만 지식비타민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장거리 여행을 가도 인터넷을 뒤져 비타민을 만든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귀국 후인 지난해 3월 청와대 발령을 받아 더욱 바빠졌지만 지식비타민 사이트의 콘텐츠는 더 풍부해졌다. 그는 매일 밤 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려 회원들이 월~금요일 새벽에 이메일로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 행정관은 부산대를 졸업하고 행시 38회로 부산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식비타민을 만든 이듬해인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바라던 기업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청와대에서는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정책을 발굴·집행하는 일을 하는데 여기서도 지식비타민에서 배운 기업의 경쟁력 강화 비결과 일맥상통하는 게 많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2010년엔 중소기업인들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들을 담은 ‘거래의 7가지 함정’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