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탄탄한 중장기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골드만삭스가 23일 분석했다. 미국 1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줄곧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아온 주택시장의 대세 회복을 점친 것. 주택시장이 살아나면 건설업계 고용이 늘고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도 24일 지난 5월 주택가격지수가 전달보다 0.5% 올랐다고 발표해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힘을 보탰다.

◆건설투자 전망 ‘매력적’으로 상향

골드만삭스의 건설업 담당 애널리스트인 조슈아 폴라드와 앤도 사바리라얀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집값 상승, 일자리 증가, 정부 지원책, 그림자 재고 감소 등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며 건설업계 투자 전망을 ‘중립’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주택 건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의 단독주택 건설은 연율 기준 53만9000채로 지난 5월에 비해 4.7% 늘어났다. 최근 2년 새 가장 빠른 성장세다. 애널리스트들은 “경기순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택시장이 상향세로 돌아섰으며 특히 신규주택 판매에 강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많은 위험요인이 사라졌다”며 “주택 가격 상승이 앞으로 3~7년간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주택시장에 우호적 환경

골드만삭스는 주택시장 회복의 첫 번째 이유로 일자리 증가를 들었다. 실업률이 여전히 8%를 웃도는 등 고용시장은 침체돼 있지만 “1년에 55만채에서 60만채의 신규주택을 소화하기엔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5월 신규주택 판매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연율 기준 36만9000채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2014년에는 신규주택 판매가 약 70만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정책이 주택시장에 우호적으로 변한 것도 골드만삭스가 주택시장 회복을 점치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투자자들이 압류된 단독주택을 한꺼번에 사들여 임대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국영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한 모기지에 대해 저금리로 재융자해주는 ‘모기지 재융자 프로그램(HARP)’을 집값이 대출금액 밑으로 떨어진 소위 ‘깡통주택’에까지 확대했다.

◆주택 재고도 급감

보통 주택 재고는 이달에 새로 지은 집이 모두 팔려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타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년 전 10개월에 달하던 미국의 주택 재고는 최근 6개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재고 6개월을 ‘건강한 시장’의 기준으로 본다.

특히 가압류나 쇼트세일(집값이 융자액보다 낮을 경우 은행과 협의해 시가보다 낮게 집을 처분하는 것) 등으로 시장에 나올 ‘그림자 재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가압류 주택을 빠르게 소화하면서 주택 가격에 바닥이 형성되고 있다”며 “재고가 더 줄어들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