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물' 1년 천하 끝나고…불황엔 역시…'빨간 국물' 라면 인기
작년 하반기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흰국물 라면’의 점유율이 반년 만에 급락하면서 전통적인 인기 제품이 라면 판매 상위권을 다시 점령했다. 상반기 라면업체들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상 최다의 신제품을 쏟아냈고, 그 결과 라면시장은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은 시장조사업체 AC닐슨 자료를 토대로 이런 내용의 ‘올 상반기 라면시장 동향 분석’을 24일 발표했다.
흰국물 라면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던 작년 12월 팔도 꼬꼬면, 삼양식품 나가사끼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흰국물 3총사’의 시장점유율은 17%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점유율이 매달 1~3%포인트 하락해 지난달엔 4.4%로 주저앉았다. 매출도 같은 기간 30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었다.

이들 3개 제품은 작년 12월 라면 판매 10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달엔 나가사끼짬뽕(9위)만 살아남았다. 꼬꼬면은 16위, 기스면은 27위였다. 농심이 흰국물 라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출시한 후루룩칼국수도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편 4개 라면업체가 상반기에 새로 출시한 라면은 14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배 많았다. 신제품의 대부분은 경기 불황 때 잘 팔리는 매운 맛의 ‘붉은 라면’이었다. 농심의 블랙신컵과 진짜진짜, 삼양식품의 돈라면 불닭볶음면, 팔도의 남자라면 놀부부대찌개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흰국물 라면의 반짝 돌풍이 잦아들면서 업체별 점유율도 요동쳤다. AC닐슨이 조사한 농심의 점유율은 작년 12월 59.5%에서 매달 상승, 지난달 64.9%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16.1%에서 13.3%, 오뚜기는 11.5%에서 10.8%로 각각 낮아졌다. 팔도의 점유율은 작년 말 12.9%에서 올 2월 9.5%까지 밀렸다가 신제품인 남자라면과 여름철 인기 상품인 팔도비빔면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11%로 반등했다.

국내 주요 라면업체의 상반기 매출은 9260억원으로, 전년 동기(8965억원)보다 3.3%(295억원) 늘어 ‘불황에 강한 제품’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조9600억원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은 휴가철과 겨울이 낀 하반기에 더 잘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라면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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