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라공조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 산업에 미칠 악영향과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보다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는 분석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투자수익을 챙기기보다는 장기보유함으로써 국부유출 우려를 잠재우고 투자수익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라공조 상장폐지에 실패한 최대주주 비스티온은 당장 2차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으로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유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유리”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장기보유가 투자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를 감안할 경우 앞으로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장기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라공조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있었다. 비스티온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8500원이다. 공개매수 발표 직전인 4일 종가(2만4950원)보다 14.2%, 3개월 평균가격보다 30%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라공조의 주식가치가 이보다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KB투자증권은 한라공조의 적정 지분가치를 3만2400~4만9700원으로 산정했다. 앞으로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 경우 3만8000원 수준이 적정하다며 한라공조 주가는 비스티온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개매수 가격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증시침체를 감안하면 이 가격은 적정한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부유출 우려 우선 감안한 듯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수익률 제고보다는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와 한라공조 노조 등에선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상장폐지할 경우 한라공조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비스티온의 최대주주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한라공조의 현금 배당을 크게 늘린 뒤 결국 경영권을 처분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비스티온이 공개매수에 필요한 비용 9150억원을 전액 국민은행에서 차입한 뒤 이를 한라공조가 갚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시각이 더욱 커졌다.
현대·기아차도 주요 협력업체인 한라공조가 상장폐지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국민연금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공조 상장폐지 재시도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비스티온이 2차 공개매수나 관리종목 편입 등을 통해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소액주주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고, 이 상태가 2년 동안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된다.
비스티온은 공식적으로 아직 이 같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조이 그린웨이 비스티온 사장은 지난 18일 한라공조 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2차 공개매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관리종목에 편입시킬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이 내세운 ‘보다 높은 투자수익률’ 조건을 충족시킨 다음 다시 한번 공개매수를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한라공조 주가는 전날보다 2.74% 하락한 2만485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