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현 농협손해보험 사장(57·사진)이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보험사들이 자산을 늘리기 위해 장기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김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출범 직후 저축성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했는데 일시에 1000억~1500억원이 들어왔다”며 “안되겠다 싶어 4월 중순부터 일시납 신계약을 중단했으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기업 계열사와 달리 우리는 저축성보험을 많이 받아봤자 굴릴 만한 곳이 없다”며 “보험의 고유기능인 보장성 상품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손보는 해상·선박보험 등 일반 기업성보험 판매를 크게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2015년 종합손해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다만 경쟁사들의 우려가 있고 당국의 허가도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그린손해보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시장에서 파는 것에 실패해 정부가 인수를 요청할 경우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그린손보 인력이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잠재부실도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따져볼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농협손보 직원은 360여명, 그린손보 직원은 800여명이다.

김 사장은 “전속 판매채널이 아직 없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설계사를 대폭 확충할 생각”이라며 “하지만 다른 보험사에서 설계사들을 한꺼번에 빼오는 비윤리적인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농협손보는 농협금융지주의 다른 계열사와 함께 통합포인트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내년부터 고객정보를 공유해 통합우수고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하나로클럽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보험 가입 때 우대해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