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욱 경정(43·경찰대 7기·사진)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영등포경찰서 산하 중앙지구대장이 된 건 지난 2월.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지만 ‘전통적인 우범지대’란 오명에선 벗어나지 못한 구역이다. 영등포역 앞 집창촌도 문제지만 택시기사를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조선족도 심심찮게 붙잡혀 치안 수요가 많은 곳이다. 그나마 살인 사건은 간헐적으로 발생하지만 주폭(酒暴·주취폭력자)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김 대장이 치안 최일선에서 지켜본 주폭 실태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지구대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에게 덤벼드는 취객들이 부지기수였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중앙지구대 관내에서 발생한 5대 강력범죄 471건 가운데 폭력 사건은 351건(74.5%).

김 대장은 “폭력 사건의 90% 이상이 주취폭력이라고 보면 된다”며 “경찰이 근절시키려는 주폭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깽판’ 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숨겨온 범죄, 즉 여죄가 있는 주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술에 관대한 문화 때문에 불특정 피해자들의 ‘숨겨진 피해’에 대한 진술도 받아내기 어렵다”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추가 피해’를 찾아내 집요하고 폭력적인 주폭들의 범죄행위를 처벌하자는 게 경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단한 삶에 시달리던 서민층이 ‘술 한 잔’ 걸치고 실수한 것뿐인데 경찰이 강경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피해자가 주폭보다 형편이 조금 낫다고 해서 법 집행을 하지 말란 말이냐”며 “주폭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폭을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데 필수적인 기존 사건기록 관리를 두고 일각에서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그는 “솔직히 인권 문제 때문에 특정 주폭의 10~20년 전 사건까지 별도로 관리하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도 “일부 ‘진상’으로 찍힌 주폭은 내부적으로 기록을 유지, 자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