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적발되는 우리나라 기업의 담합건수와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커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국제카르텔(담합)에 대한 규제도 크게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EU 등에서 제재를 당한 사건은 모두 12건. 부과된 벌금이나 과징금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임직원 15명이 기소됐고, 이 중 12명이 최장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았다.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담합으로 미국에서 4억달러, EU에서 2억유로, 일본에서 1억5000만엔 등 가장 많은 벌금을 부과받았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 담합 등으로 미국에서 3억달러, EU에서 1억5000만유로의 벌금을 물었다. 건수로는 CJ제일제당이 조미료 가격 담합 등으로 미국에서 2건(425만달러), EU에서 2건(1282만유로), 캐나다 1건(17만5000캐나다달러) 등 5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은 담합을 중대 범죄로 간주해 벌금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연루된 기업의 임직원에게 징역형까지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담합 관련 법을 개정해 기업에 대한 벌금을 1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개인에 대해서는 벌금을 35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징역형은 3년에서 10년 이하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미국 법무부는 2005년 적발한 D램 담합건과 관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해 4개 반도체사와 개인 18명에 대해 한국 돈으로 6756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때렸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 임원 등 11명은 미국 내 감옥에서 징역살이를 해야 했다. 기업들도 해외에서 담합사실이 적발될 경우 과징금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기업 이미지 하락에 따른 매출손실과 집단소송 등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조치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한 국가에서 담합이 적발되면 전 세계 공정거래당국이 같은 혐의로 동시다발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벌금 액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고객사들도 손해배상을 하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고객사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까지 간접 집단소송에 나서게 된다. 미국의 경우 로펌들이 소비자들을 모집해 대리 소송을 진행하고 각 주 사법당국까지 나서 주법을 어겼다며 따로 벌금을 매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이 담합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현지 제도와 법령 등을 숙지해 아예 혐의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