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폭발직전의 증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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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
“누가 했을까.”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19일 만나면 이런 얘기부터 시작했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백한 것이 어느 회사냐는 대화였다.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의혹에 대해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지난 17일만 해도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과징금 감면제) 제도의 혜택을 보기 위해 특정 회사가 인정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 발 나아가 “증권사다, 은행이다”는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이 의외다. 조사대상이 된 한 증권사 임원은 “누가 불었는지 전혀 관심없다”며 “(과징금을) 때릴 테면 때려 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공정위 감사원 등 규제기관들이 최근 증권업계를 잇따라 ‘타깃’으로 삼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올초 있었던 감사원의 투자자예탁금 운용수익 미지급 관련 감사나, 지난해 주식워런트증권(ELW) 사건 때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억울해도 참아야지 어쩌겠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규제기관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분위기가 이처럼 달라진 데는 극도로 악화된 증권업계 경영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증시 거래부진에 따른 수익감소로 증권업계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칼날’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제 검찰’을 자임하는 공정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은행과 증권사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나섰을 리는 없다. 뭔가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이 ‘실적 올리기를 위해 힘 없는 증권사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것은 그동안 쌓인 피해의식 때문이다. 검찰의 ELW 수사, 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증권업계가 멍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피해의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정위의 엄정하고 빠른 조사가 필요할 듯하다.
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
그런데 이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이 의외다. 조사대상이 된 한 증권사 임원은 “누가 불었는지 전혀 관심없다”며 “(과징금을) 때릴 테면 때려 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공정위 감사원 등 규제기관들이 최근 증권업계를 잇따라 ‘타깃’으로 삼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올초 있었던 감사원의 투자자예탁금 운용수익 미지급 관련 감사나, 지난해 주식워런트증권(ELW) 사건 때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억울해도 참아야지 어쩌겠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규제기관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분위기가 이처럼 달라진 데는 극도로 악화된 증권업계 경영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증시 거래부진에 따른 수익감소로 증권업계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칼날’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제 검찰’을 자임하는 공정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은행과 증권사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나섰을 리는 없다. 뭔가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이 ‘실적 올리기를 위해 힘 없는 증권사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것은 그동안 쌓인 피해의식 때문이다. 검찰의 ELW 수사, 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증권업계가 멍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피해의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정위의 엄정하고 빠른 조사가 필요할 듯하다.
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