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엔론이 파국을 맞을 당시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킬링은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맥킨지라는 경영이론 산업의 양대 산맥이 배출한 사람이었다. 엔론은 세계 유수의 MBA 출신 250명을 고용했으며 최신 경영 기법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엔론의 고위 경영층은 경영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인용해 젊은 MBA 출신들이 틀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맥킨지 컨설턴트가 저술한 《인재 전쟁》을 본받아 최하위 10%의 직원을 해고하고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직원에게 막대한 보상을 지급했다. 경영이론 산업은 찬사를 보냈고 포천은 엔론을 6년 연속 미국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엔론을 한껏 띄워주는 수십 건의 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엔론이 파산하자 경영이론에 대한 비판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영이론 추종자들은 경제 사범과 다를 바 없고 그럴듯한 신조어를 만드는 데 익숙할 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피터 드러커(사진)는 대중이 경영의 ‘구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사기꾼’이란 단어를 잘못 말한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2008년의 금융 위기는 경영이론에 대한 결정타를 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서점에는 수많은 경영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히 기업인들은 경영이론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느라 열심이다. 새로운 경영이론이라고 해서 도입했더니 얼마되지 않아 구식이 돼도 어쩔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영전문 편집자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경영의 대가들》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기꾼들이 난립하는 정글 같은 경영이론계에서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논한다.

저자는 대표적 경영이론가들이 남긴 업적과 과오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수많은 경영 구루 중에서 유일하게 드러커만이 구루라고 할 만하다고 말한다. 드러커는 기업을 수익 창출 기계가 아닌 ‘사회적 기관’으로 접근했다. 노동력을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취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식 노동자’란 용어를 만들고, ‘재화 경제’에서 ‘지식 경제’로 전환기에 경영이론의 기틀을 제공했다. 하지만 드러커는 대기업에 관해 훌륭한 업적을 남겼지만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저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톰 프리드먼, 《티핑포인트》의 말콤 글래드웰 등 유명 이론가들의 공과를 분석한다. 그는 “이들이 처음 혹은 두 번째로 출간한 책은 훌륭한 통찰력을 담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 구루라는 직업에 필요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가장 유행한 경영 이론은 ‘리엔지니어링’이었다. 이어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란 개념이 제시되고,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조류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에는 기업환경의 불안정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끊임없이 해결책을 갈구하는 기업들에 경영이론은 언제나 입맛 돋우는 새로운 밥상을 제공했다. 저자는 “경영이론은 경영자들의 불안감을 먹고 산다”며 “공포와 탐욕의 조합해 지적 자극이라는 미끼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경영이론 산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가장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번뜩이는 지성을 소유한 사상가들이 넘치는 곳이란 변론도 펼친다. 경영이론가들은 새로운 혁신과 새로운 생산 기법을 찾아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수많은 기업가들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경영서를 읽는 것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