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두 가지 모두 새누리당의 4월 총선 공약이지만 당 대표가 이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과 금융 부자들에 대한 징세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이지만 기업들이 반발하는 데다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기업과 부자 대상 증세

황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등 ‘3불’(不)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높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한세율은 납세자가 아무리 많은 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정해 놓은 것인데 과세표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500억원인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22%가 기준이지만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실제 낸 세금은 12%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면 14%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당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15%로 1%포인트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는 현행 4000만원인 과세 기준 금액을 내년에 3000만원, 2015년에 20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세원 확충 효과는 ‘글쎄’

기업들은 세원 확충 효과는 없으면서 오히려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주요 대기업의 2007년 이후 실효 세율은 대부분 20% 이상으로 최저한세율 14%를 크게 웃돌고 있다. 본지가 주요 기업의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2007~2010년 4년간 현대차의 평균 실효 세율은 20.5%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2.2%, 현대중공업 22.8%, GS건설 26.8%, 삼성중공업 24.0%, LG화학 22.7%, 포스코 19.2% 등이었다. 국세청 국세통계 연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2009년 기준 대기업의 평균 실효 세율은 21.0%로 중소기업(15.3%)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저한세율을 15%로 올린다고 해도 세수 증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과세 대상자 숫자가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던 2000년대 후반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급증해 2007년에는 6만1475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대상자는 4만8907명으로 3년 새 20%나 줄었다. 과세 기준을 낮추더라도 세수 증대 효과는 미미할 뿐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송헌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세원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지만 세수 증대 효과도 확실치 않은 데다 오히려 자금의 해외 유출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최저한세율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로 세금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공평 과세를 위해 1992년 도입한 제도. 기업의 경우 법인세, 개인사업자는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최저한세율 적용을 받는다.

임원기/이태훈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