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림청 중앙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대책본부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원도 강릉과 평창지역 영동고속도로와 국도변 나무들이 병해충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신고였다. 산림청 직원이 확인한 결과 원주~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 주변에는 솔잎혹파리 피해로 소나무림 3700㏊의 생육이 떨어져 적갈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지역 오리나무도 잎벌레 피해로 25㏊가 붉은색으로 변해 시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봄 지속된 고온 현상으로 산림을 해치는 병해충 출현 시기가 빨라져 피해가 우려된다. 참나무시들음병의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의 경우 지난해 5월20일 기준으로 개체군 중에서 9%만 나타났지만 올해는 같은 시기에 14.6%나 발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봄철 강우에 따라 한 해 병해충 발생 빈도를 추정할 수 있다”며 “올해는 봄 가뭄으로 해충의 출현시기가 예년에 비해 빨라진 것으로 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림 병해충은 크게 기존 병해충과 외래 병해충으로 나눌 수 있다. 기존 병해충은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등이 주종이다. 외래 병해충은 소나무재선충을 비롯해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대추나무잎혹파리 등이 피해를 주고 있다. 이 중 꽃매미는 가장 골칫덩어리다. 꽃매미는 천적이 없는 데다 월동 생존율이 높다. 2006년 처음 발생한 이후 2007년 7㏊에서 2008년 750㏊,2009년 892㏊,2010년 2538㏊로 발생 면적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다소 줄긴 했어도 여전히 우리 산림 982㏊에 피해를 입혔다.

게다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외국 병해충의 발생도 문제다. 미국선녀벌레는 2010년, 대추나무잎혹파리는 2011년에 각각 첫 발생했다. 기존·외래 병해충들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지난해에만 16만7084㏊에 달했다. 적기 방제를 해 피해면적을 전년의 22만5345㏊보다 6만여㏊ 줄였다.

산림청은 올해도 예찰 강화와 적기 방제를 통해 병해충 피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윤병현 산림청 산림병해충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되는 데 비해 참나무시들음병은 당해 고사율이 17~21%로 보고되는 등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며 “집중 방제기간인 내달 말까지 지방자치단체, 지방산림청 등과 공동으로 산림병해충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