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도는 이유를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왕립학회 과학자들과 내기까지 걸었으나 도무지 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있던 뉴턴을 찾아간 것은 1684년이었다. 뉴턴은 자신이 창안한 ‘유율법(流率法)’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계산해냈다. 유율법은 요즘 미적분이다. 핼리는 이를 근거로 ‘핼리 혜성’이 76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의 공격을 받은 옛 소련 공군은 민항기를 개조한 전투기로 맞섰으나 워낙 느려서 번번이 격추당했다. 수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의외의 성과를 내놨다. 전투기 속도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소련군의 포격 계산 시스템까지 새로 짰던 것이다. 수학의 위력을 절감한 스탈린은 후한 대접을 해주며 수학자들을 전략적으로 키웠다. 스탈린이 죽은 후에도 이런 전통은 이어져 100만명이 넘는 수학자가 배출됐다. 그에 힘입어 소련은 군사와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에서 2라는 공통점을 찾아냈을 때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수학은 분명한 논리체계로 인류문명의 기초가 돼 왔다. 지금도 수학은 무대 뒤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기상예측, 생명공학, 인터넷 동영상, 컴퓨터 그래픽, 정보보안 암호기술 등 수학 이론이 응용되지 않는 분야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에도 수학의 힘이 보태진다. 파생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을 개발한 것도 NASA(미국 항공우주국) 출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16일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가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5세 임동률 군이 개인 부문 2위를 기록하는 등 6명의 한국대표 모두 좋은 성적을 낸 끝에 이룬 쾌거다. 우리 수학 실력은 이미 세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연구 수준에 따라 70개 회원국을 1~5군으로 나누는 국제수학연맹(IMU) 등급이 2007년 4군으로 올라갔다. 최고 등급인 5군에는 G8(주요 8개국) 국가와 이스라엘 중국 등 10개국만 들어 있다. 국제학술대회 개최와 논문 수 평가도 11위다.

마냥 뿌듯해 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갈수록 수학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고 자신감이 낮아지는 게 문제다. 반복적인 문제풀이로 단순 성적은 좋아지지만 응용력이 함께 커가지 못하는 탓이다. 대다수 학생들에게 수학은 ‘악몽’으로 기억된다. 수학을 입시 위주가 아니라 즐기는 대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