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국의 실업률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천천히(frustratingly slow)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에 출석, 통화정책과 경기 전망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14년 말께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3차 양적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있다.

◆“실업률 개선 실망스럽다”

버냉키 의장이 고용지표를 우려한 것은 이달 초 발표된 6월 실업률 통계 때문이다. 6월 실업률은 8.2%로 시장의 기대와 달리 5월(8.2%)보다 개선되지 않았다. 또 신규 취업자 수도 1분기 평균 20만명에서 2분기에는 7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실업률이 최근에는 8%대 초반에서 평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 때보다 미국 경제를 더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해 왔지만 올 상반기에 제조업 생산등 일부 경제활동이 다소 악화되고 있다”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 증가했지만 2분기에 성장속도는 훨씬 둔화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소기업과 가계의 신용경색, 주택경기 부진 등 미국 경기 곳곳에 복병이 깔려 있다”며 “유로존의 재정·은행 위기와 미국의 재정상황이 향후 경제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는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언급 안해

버냉키 의장은 우울한 경기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3차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통화정책과 관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회의에서 실업률의 개선 둔화와 경기하강 리스크 등을 감안해 더 강력한 경제 회복과 고용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조취를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란 말만 되풀이 한 셈이다.

추가 양적완화 시행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를 언급하지 않자 미국 증시는 이날 오전 약세로 출발했다. 양적완화 언급이 나오지 않자 미 달러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 었다. 그는 “Fed는 바클레이즈의 리보조작에 관해 알고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고위 당국자들이 2008년 초 세계 대형 은행들이 리보를 왜곡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최근의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18일에는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을 한다. 의원들과의 질의 응답과정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힌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