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배워볼 작정이다.”

익스프레스(항공특송), 글로벌 포워딩(발송), 3PL(3자간물류) 등의 사업으로 연매출 528억유로(약 74조원)를 올리는 글로벌 물류기업 도이치포스트DHL의 최고경영자(CEO) 프랑크 아펠 회장(사진)은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 물류터미널에 모인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그룹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중국과 아시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도이치포스트DHL 그룹의 이사회 집무실은 7월 한 달 동안 독일 본에 있는 본사에서 상하이로 옮겨 왔다. 아펠 회장은 이달 초 한 달 일정으로 중국에 들어와 현지에서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상하이 북아시아 허브 개소에 맞춰 테트라팩, 시노트란스 등 중국 내 협력사들과 전략 회의를 열고 중국 내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 등 중국과 아시아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식 경영 행보다.

로렌스 로젠 최고재무책임자(CFO), 크리스토퍼 에른하르트 커뮤니케이션 및 책임경영 총괄 부회장, 켄 앨런 DHL익스프레스사업부 총괄 CEO, 제리 슈 DHL익스프레스 아시아태평양 CEO 등 주요 이사진이 아펠 회장을 수행했다. 아펠 회장은 허브 개소식 후에는 아시아 각국을 방문해 사업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물류공룡 DHL이 전방위 아시아 시장 공세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DHL은 지난 12일 상하이 푸둥국제공항 내 물류센터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북아시아 익스프레스 허브’를 열었다. 1억7500만달러(약 1992억원)를 투입한 이 허브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북아시아 지역에서 모은 항공특송 화물을 분류해 유럽과 미국 등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8만8000㎡(축구장 13개) 부지에 5만5000㎡ 규모로 지은 허브에선 서류와 소화물을 시간당 각각 2만개 처리할 수 있다.

아펠 회장은 개소식에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며 역내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북아시아는 물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상하이 허브가 완공됨으로써 한국 중국 일본 등 북아시아 지역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DHL 내부에선 북아시아 허브 유치를 놓고 인천과 상하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하이를 최종 선택한 이유에 대해 “중국이 가진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서부지역 개발 계획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동부 해안지역과 서부 내륙지역의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부터 서부대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 해안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서부 내륙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하고 철도를 놓는 등 서부지역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프로젝트다.

아펠 회장은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고 중국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이 연평균 7%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익스프레스와 포워딩, 3자간물류 등 다른 사업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아시아 지역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DHL은 중화권과 북아시아 지역에 지난해부터 총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아펠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해선 “다음달 한국 포워딩 사업부가 컨테이너 재분류 시설(LCL)을 부산에 새로 열고 3자간물류 사업부는 2015년까지 7만㎡ 규모의 창고시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는 “북아시아 허브 개통으로 한국에서 발송하는 물건이 1~3시간가량 빨리 유럽과 북미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하이=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