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산유국들이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개통했다. 전문가들은 우회 송유관 개통으로 세계 원유시장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송유관을 개통, 원유 수송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송유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의 약 40%를 대체할 예정이다.

UAE는 이날 아부다비 부근 유전지대 하브샨과 후자이라항을 연결하는 370㎞ 길이의 송유관으로 50만배럴의 원유를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UAE는 하루에 최대 150만배럴, UAE 총 수출량의 60%에 해당하는 원유를 이란에 의존하지 않고 수송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도 같은 날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동부 아브카이크 유전에서 홍해 얀부항을 잇는 1200㎞ 길이의 송유관을 개통했다. 하루 운송능력은 사우디 총 수출물량의 25% 정도인 250만배럴이다. 사우디 석유광물부 관계자는 “새 송유관 개통으로 (원유 수송의) 유연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에 힘이 빠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T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원유량이 기존 하루 650만배럴에서 두 배 정도 늘어나게 돼 국제 유가에 미치는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서방세계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제재를 가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출량의 약 40%가 통과하는 중요한 수송로 중 하나다. 하지만 사우디와 UAE 정부는 이번 송유관 개통이 이란과 맞서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우회 송유관 개통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부족분을 충족시켜주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