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자금 규제에 직면하게 됐다. EU 감독당국이 유럽 은행들에 지난달까지 준수하도록 요구했던 기본자기자본 비율 9% 조항을 영구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은행감독청(EBA) 청장이 ‘지난달까지 일시적인 완충 장치로 높였던 은행의 기본자기자본비율 9%를 항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엔리아 청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바젤Ⅲ 같은 강화된 글로벌 자본 기준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은행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자기자본 유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EBA가 지난주 27개 유럽 은행들이 940억유로(약 132조원)의 자본을 확충했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EBA는 지난해 10월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은행권 손실에 대비해 유럽 은행들에 지난달까지 기본자기자본비율 9%를 맞추라고 요구했다.

EBA의 자본 재확충 계획은 재정위기로 손실을 본 유럽 은행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정상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9%까지 자기자본비율을 올려야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을 피할 수 있고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엔리아 청장은 지난 11일에도 “유럽 은행들이 직면한 상황을 감안하면 자본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번 재정위기가 심각한 만큼 자본을 보강했다고 낙관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