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계약해지 위기에 놓인 서남표 KAIST 총장이 특정 고위층에게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서울레지던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명 KAIST 이사장이 2010년 취임한 이후 줄곧 사퇴를 요구했다”며 “지난해 말 이사회 직전에도 고위층을 거론하며 자진사퇴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퇴 압력을 넣은 위층은) 대략 누구인지 가늠은 되지만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며 “오 이사장에게 확인하라”고 했다.

2010년 재임 당시 KAIST 교수진과 이사들로부터 타협 제안이 있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연임을 위한 이사회 직전 기업인 출신 이사인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에게 2년만 하고 물러나면 재임을 지지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이를 근거로 물러나라는 주장이 있지만 당시 제안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총장의 임기는 법에 따라 정하는 것이지 타협의 대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의 이번 발언은 이사회의 계약해지 부당성을 알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소통 부재, 리더십 부족 등을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2년 전 재임 이후 꾸준히 사퇴를 종용해왔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자 편법으로 계약해지를 택했다는 게 서 총장 측 설명이다.

이사진이 이번 이사회에서 계약해지안을 가결하면 배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 총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성희 변호사는 “이사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서 총장을 해임하기 위해 8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한다면 일반 국민들에게 배임 문제로 고소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들이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룰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KAIST 이사회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서 총장은 90일 이후 물러나야 하지만 학교 측도 그에게 남은 임기 2년치 연봉 72만달러(약 8억2000만원)를 배상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