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로 새나가는 보험금은 해마다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서울대·보험연구원 연구 결과) 국민 1인당 7만원, 한 집당 20만원꼴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도 극성이다. 최근에는 보험금 때문에 지난 10여년간 아내와 동생, 처남까지 3명을 살해한 조직폭력배가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당국의 이 같은 노력은 대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겠지만 일부 보험 가입자는 손해나 불편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에 앞서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3년 이내 자살하면 보험금 안 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 계약자가 자살했을 때 보험금을 주지 않는 무보장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보험이 자살 동기의 하나로 작용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아 자살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도 2008년 916억원, 2010년 1646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살 방지 목적으로 1년이었던 무보장 기간을 1998년 2년으로 늘린 뒤 2004년 다시 3년으로 정했다. 금융위는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자살하면 보험금을 전혀 주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사망보험에 가입할 때 서면으로 동의한 피보험자에게 보험사가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그동안에는 서면동의서만 있으면 가입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제 서면 동의뿐만 아니라 별도의 추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컨대 A씨가 남편 B씨를 피보험자로 해서 보험에 들면 보험사는 전화나 대면 상담을 통해 B씨가 계약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수익자를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액·중복 보장 보험 줄어들 듯

고액·중복 보장 등으로 보험사기를 조장하거나 과잉 치료와 장기 입원을 유발할 수 있는 보험상품 출시도 제한된다. 캐디나 동반 경기자와 짜고 홀인원 상금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은 골프보험이나 잊어버렸다고만 하면 휴대폰 비용을 물어주는 휴대폰보험 등이 대상이다.

또한 퇴원 축하금을 지급하는 등 실제 비용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주는 정액보상특약이나 사고를 한 번 당했는데 일반상해, 교통상해, 주말교통, 대중교통상해 등의 특약 등으로 다양한 명목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중복보상특약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보험사기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보험사기 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상품 개발 단계부터 임직원들이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 계약심사자(언더라이터), 손해사정사, 보험사기 조사 담당자도 참여한다.

보험사는 또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계약을 확정하면 지금보다 더욱 정교한 심사를 하게 된다. 보험을 들려는 고객이 다른 회사의 보험상품에 많이 가입해 놓은 것은 아닌지, 사망보험에 대한 보험금만 크게 높여 놓는 등 특정 담보에 가입이 집중되지 않았는지도 살펴본다. 금융위는 피보험자 동의 여부 확인 강화 등은 다음달부터, 법령과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한 내용은 9월까지 세부 방안을 만들어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박종서/류시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