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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 매니지먼트]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악바리 기름밥' 33년…한국GM '운전대'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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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탐구

    버스 기사가 꿈이었던 브라질 구멍가게 아들

    "가난하게 태어난 게 행운"
    열다섯살부터 車정비 배워 스무살에 GM 브라질 입사…주경야독 1년 만에 기계공학 학사

    축구로 소통 경영
    노사 단합대회 무승부 관행 깨고 인대 늘어날만큼 '냉혹한 승부'
    "이기기 위해 뛰자" 메시지 전해

    “얘야, 그만하고 들어오렴.”

    1967년 브라질 상파울루 상카에타누의 작은 시골 마을.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릴 때까지 어둑어둑한 골목길에서 축구를 하는 8살 소년이 있었다. 노끈을 둘둘 말아 단단히 엮은 실뭉치가 공이었으니, 축구화가 있을 리 만무였다. 맨발이 부르트고 까져 핏방울이 맺혀도 공을 찰 때면 아픔도, 배고픔도 잊었다.

    소년은 이제 전 세계 가난한 나라에 축구공 150만개를 기부하는 글로벌 회사의 사장이 됐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53)의 얘기다. 45년이 흐른 뒤 그는 고국에서 1만8000여㎞ 떨어진 한국에서 공을 찬다. 피부색도 다른 1만5000명의 한국GM 임직원들과 어울려서다. 호샤 사장은 직원들과 축구를 하면 국적도, 직책도, 나이도 잊는다고 했다.

    ○“네 몸엔 피 대신 기름이 흐르겠구나”

    1959년 브라질 상파울루 상카에타누에서 태어난 호샤 사장은 4남3녀 대가족의 둘째아들로 자랐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은 7남매를 키우느라 바빴다. 집안 형편은 늘 빠듯했다. 10살부터 가게에서 일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에는 아침 6시부터에 나와 식료품을 나르고 밤 10시까지 계산대를 지켰다. 그때부터 학창시절 내내 낮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는 ‘주경야독’의 삶이 이어졌다.

    영특했던 소년은 13살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와 군부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임대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복잡한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어린 아이가 자기 키만한 책상에 앉아 있으니 놀림도 많이 받았다.

    소년의 꿈은 소박했다. 버스 운전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커다란 버스만 있으면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잠도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꿈을 쫓아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살 때. 집 근처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어깨너머로 차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일을 배웠다. 형이 물려준 장난감 자동차를 수백번씩 분해하고 조립해서 걸레가 될 지경이 됐다. 매일 자동차를 만지작거리는 그를 보고 어머니는 ‘네 몸엔 피 대신 기름이 흐르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스무살이 되던 1979년, GM 브라질 본사 엔지니어링부에 입사했다. 그 이전 5년 동안 2~3곳의 자동차 회사를 거치면서 기름밥을 먹었던 게 도움이 됐다. 처음 주어진 업무는 차체 표면을 구성하는 강판 설계였다. GM 입사는 그에게 꿈 같은 일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한 11월21일을 그는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 내가 설계한 자동차를 선보이겠다.’ 첫 출근길 그의 다짐이었다.

    ○못 말리는 브라질 출신 ‘악바리’

    GM 입사 후에도 ‘악바리’생활은 계속됐다. 아침 8시부터 출근해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1년 만에 브라즈 쿠바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21세인 그는 졸업생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등록금 낼 돈이 없어 단기간에 학위 과정을 마치겠다는 집념이 조기 졸업을 가능케 했다. 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행운”이라고 했다. “미국인도 아니고 가난한 브라질 출신에, ‘빽’도 없이 일개 사원부터 시작했으니 무기는 ‘성실함’밖에 없었죠. GM 이외 다른 선택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주어진 일이 꼭 해야 할 일뿐이었죠. 묵묵히 열심히 하니까 문이 열리더군요.”

    브라질에 이어 독일, 아르헨티나, 미국, 한국 등 5개국에서 근무했다. 2006년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에서 제품기획 부사장으로 2년 동안 일했다. 그때 성과를 인정받아 4년 만에 사장으로 돌아왔다.

    부임하자마자 전국 영업장을 돌며 직원들과 만났다. 지금까지 3개월 동안 13번 ‘사장과의 대화’를 열었다. 대화 주제와 강연 내용도 매번 달랐다. “악바리 근성이 성실한 한국인의 기질과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개발도상국인 브라질 출신이라 한국처럼 급격한 변화, 성장속도가 빠른 나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한 승부사, 열정적인 리더

    호샤 사장은 냉정하게 일하고, 열정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리더로 평가 받는다. 사장으로 임명된 지 2개월 만인 지난 5월 임직원 단합대회 때 일화는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동안 사측과 노동조합이 펼치는 축구친선경기는 화합의 의미에서 무승부로 끝내는 것이 관례였다. 사측 대표 선수로 출전한 호샤 사장은 이를 깨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계급장 떼고 제대로 한판 붙자.” 브라질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현란한 드리블, 패스를 선보이자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 ‘완벽주의자’라고 했더니 다친 다리를 가리키며 “사실은 인간미 넘치는 허당”이라며 웃었다. 당시 경기 도중 의지가 앞선 탓인지 다리가 꼬여서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한 것. 두 달 가까이 된 지금도 완전히 완쾌되지 않았지만 그는 ‘영광의 상처’라며 뿌듯하게 여긴다. 직원들도 함께 땀을 흘리며 공을 차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외국인 사장에게 마음을 열었다. 언어가 달라 말은 잘 안 통해도 스포츠라는 공용어로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호샤 사장은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료들과의 팀워크’라고 한다. “축구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동료의 도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죠. 미드필더, 수비, 윙백 등 각 포지션이 동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팀원들도 하나의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 팀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동료와 함께 뛰느냐가 경기와 경영의 승패를 결정합니다.”

    ○나는 한국GM 구단의 감독이다

    호샤 사장은 전통적인 강자도, 약자도 없는 축구 리그와 자동차 산업에서 커다란 공통점을 발견한다. 축구클럽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고 새로운 전술로 전력을 보강하는 것처럼 자동차 회사들도 전략적 자본·기술제휴를 맺고 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신제품 개발, 기술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GM은 올초 유럽 경제위기, 내수판매부진으로 생산물량 이전설, 신차개발 중단설에 휘말렸다. 이런 우려를 종식시키듯 호샤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스포츠카 ‘콜벳’을 출시했다. 카리스마를 풍기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올해는 전년보다 50% 증가한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천 부평 디자인센터를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다.

    호샤 사장은 “올해 국내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 이상의 성과를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별도 운영했던 캐딜락 브랜드 지원에도 나선다. 캐딜락은 지난달 인천 부평 한국GM본사로 이전했다. 다양한 캐딜락 모델을 들여와서 럭셔리 프리미엄 모델로 키울 방침이다.

    그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노사갈등이다. 한국GM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지난 1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경영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생산자, 딜러, 노조, 관리자, 주주 5가지 중 노조가 제일 중요합니다. 노조는 당장 내일뿐만 아니라 10년, 20년 후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니까요. 한국GM 구단의 수장으로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같이 갑시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또박또박 다섯 글자를 힘주어 말했다. 지난 5월 부산모터쇼 전날 새벽 1시까지 벡스코 전시장에서 수십 번 연습한 말이다. 은발에 감춰져 있던 검은 눈동자가 빛났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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