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대료 현실화 추진…임대보증금도 10배 폭등
"불황에 매출 줄었는데…" 기업들 보증금 마련 발동동
경기 침체로 100억원대의 연매출이 반토막나는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업체는 임대료 인상분에 늘어난 보증금 마련이라는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단지 내 현대모비스 협력업체인 B업체는 광주 진곡산단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하려다 강화된 외투기업 지정조건이라는 복병을 만나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이 업체는 현대모비스가 있는 진곡산단에 3만3000㎡(1만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9900㎡(3000평) 규모의 공장건물 매각이 불투명해지면서 이전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외투기업 지정조건이 자본금의 10%에서 30%로 확대된 데다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으로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평동산단 내 외투 지역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과다한 임대료 인상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9일 평동외투지역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7월 외투 지역 운영지침을 개정, 임대료를 현실화함에 따라 임대료가 2년 연속 20% 이상 오른데다 보증금도 최대 10배 급등했다. 이는 기존 외국인 투자 기업에 적용했던 임대료를 일반산단 입주기업에 적용하는 현실임대료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임대계약을 갱신(10년마다)한 10개 입주기업은 최소 2.8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임대보증금이 폭등했다.
2002년 4월 4만4868㎡를 임대해 평동외투지역에 입주한 A사의 경우 지난 4월 임대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보증금이 2158만원에서 2억1664만원으로 1000% 인상됐다. 2만1817㎡를 임대한 B사도 입주 당시 1649만원이었던 임대보증금을 590% 인상된 9741만원에 지난 2월 재계약했다.
이 같은 임대보증금은 나머지 입주업체 50여개 사에도 임대계약 갱신 때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임대료도 해마다 20% 이상씩 인상됐다. C사의 경우 2010년 연 2495만원이었던 임대료가 2011년 3049만원, 올해 3683만원으로 2년 사이에 47%나 급등했다.
더구나 정부는 향후 2~3년간 지속적으로 임대료를 20%씩 인상한다는 현실화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입주기업들의 불만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평동외투지역경영자협의회는 지경부와 광주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최근 임대료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협의회는 진정서에서 “최근 평동외투지역 임대료는 매년 20% 이상 상승하고 임대보증금도 작년 대비 800%가 넘는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며 “급작스런 임대료·임대보증금 인상은 지역기업에 치명적인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호남권본부 관계자는 “임대료가 10년 전 수준으로 현실성이 없어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시 장록동·옥동·월전동 일대 총면적 109만4000㎡(33만1000평) 규모의 평동외투구역은 2000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64개 사에서 2897명이 일하고 있다. 운송장비·기계전기전자 업종의 중소업체들이 주류로 생산 10조7000억원, 수출 1억달러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