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등 세계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국내 3대 현대미술축제가 오는 9월 일제히 막을 연다.

비엔날레의 성공에는 작가와 운영위원의 힘, 탄탄한 기획력이 필수적이다. 디스플레이와 조명, 컨셉트 등도 비엔날레를 흥겨운 축제로 만드는 요소다. 이들 모두를 아우르며 행사를 이끌어야 하는 예술감독들이 각자 더 나은 미술축제를 꾸미기 위한 각오를 밝혔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책임공동예술감독(47)은 오는 9월7일~11월24일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를 아시아적 가치와 담론을 펼치는 행사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화적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와 작품을 통해 함께하는 비엔날레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아시아 미술이 국제 미술계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아쉬움을 떨쳐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마미 가타오카 도쿄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46), 와싼 알-쿠다이리 카타르 아랍현대미술관 관장(31)과 중국 큐레이터 캐롤 잉화 루(34), 인도 큐레이터 낸시 아다자냐(40), 인도네시아 큐레이터 알리아 스와스티카(31) 등 30~40대 젊은 아시아 지역 큐레이터를 공동 예술감독으로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은 “이제는 아시아라는 지리적 개념보다 서구 중심의 역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광주비엔날레는 작가와 관람객이 전시관 밖에서 시각문화의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라운드테이블’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아이웨이웨이, 서도호, 아키 사사모토 등 아시아 작가 44명을 포함해 미국 멕시코 등 40개국 총 92명의 작품 300여점이 출품된다.

독일 출신 로저 뷔르겔 부산비엔날레 감독(50)의 출사표는 다소 혁신적이다. 뷔르겔 감독은 9월22일부터 11월24일까지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의 기획 단계부터 시민을 참여시키는 등 작가와 시민이 어울려 만들어가는 ‘배움의 정원(Garden of Learning)’이란 주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뷔르겔 감독은 “미술계 인사뿐 아니라 자갈치시장의 아줌마도 참여하는 ‘배움위원회’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난해한 현대미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올해 비엔날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익·김주현(한국), 다다수 다카미네(일본), 리드위엔 반 드 벤·구톰 구톰스가르드(네덜란드) 등 작가의 참여가 확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아 9월11일~11월4일 열리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의 유진상 총감독(47)은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과 예술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회 주제는 미국 흑인가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1950년대 노래 ‘나는 당신에게 주문을 건다(I put a spell on you)’에서 따온 ‘스펠 온 유(Spell on you)’.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사회현상을 녹여낸 작품을 통해 새 미디어 아트를 재해석하면서 현대미술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는 제니 홀저, 홍승혜 씨 등 17개국 50 개 팀이 참가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