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이건희 삼성 회장)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는 사회공헌과 협력업체와의 공생·발전을 더욱 강화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한국 재계를 이끄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강조한 게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이다. GS 한화 두산 효성 LS 동부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동반성장, 사회적 책임 완수 등을 목표성과 달성과 비슷한 비중으로 언급한다.


21세기 기업경영의 화두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하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이 실시한 ‘기업의 시민의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46%가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국제표준 ‘ISO 26000’에 개념이 명시될 정도다.

여기에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 등이 핵심 이슈로 등장하면서 대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열심이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 비율은 우리나라(0.24%)가 미국(0.11%)이나 일본(0.09%)보다 높은 편이다. 그만큼 더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이 펴낸 ‘2010 사회공헌백서’를 보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 금액은 2008년 2조1601억원에서 2010년 2조8735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95%의 기업이 사회공헌활동 추진을 위한 담당자를 배치하고 있으며 89.9%가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경영방침에 사회공헌활동을 명문화한 기업도 81.9%에 이른다. 임직원들이 기부한 만큼 회사도 같은 금액의 돈을 내는 매칭기프트 제도, 사회공헌 추진 관련 사내위원회를 도입한 기업은 각각 78.4%, 65.8%다.

또 86.3%의 기업은 전사 차원의 봉사조직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들의 사회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동국제강은 ‘세상을 따뜻하게’라는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본사 ‘동국제강 봉사단’을 중심으로, ‘DK봉사단(포항)’ ‘아름다운 사람들(인천)’ ‘동국제강 당진봉사단(당진)’ ‘厚(후) 봉사단(부산)’ 등을 통해 연간 100회 이상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인다. 각 사업장을 거점으로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대우중공업 시절 운영되던 봉사단을 2003년 대우조선해양 봉사단으로 재창단해 운영해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회봉사단은 3000여명의 임직원 회원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1만원까지 매달 후원금을 내며 회사의 지원금을 합쳐 이웃사랑에 쓰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올해 초부터 계열사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코오롱 사회봉사단’으로 통합했다. 그룹의 사회공헌 역량을 집중해 보다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사회공헌활동의 성격도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의 일회성 나눔이 아닌 동반성장, 교육기부 등으로 나눔의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문제에 조금 더 다가서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 더욱 가치를 높인다. 연말연시 등 특정 시기에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일회성 지원을 하는 데서 발전해 청소 기술을 가진 기업이 문화재를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봉사를 한다든지, 의료기기 기업이 병원과 손잡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는 식이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수도전기공고, 부산자동차고, 창원기계공고 등 3개 고등학교에 ‘두산반’을 신설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해 졸업생들을 채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기업이 돈을 벌어 세금내고 고용만 창출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공동체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