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갤럭시 넥서스의 판매금지 명령을 유예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신청을 결국 받아들였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판매금지 명령을 뒤집어 일시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구체적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판매금지 명령에 반발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애플 불매운동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잠정 조치이기는 하지만 판매금지의 문제점을 인정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가처분 신청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피해를 막아달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상대 협박카드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특허괴물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내고 보는 것이 특허괴물들의 기본전략이다.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피소 당한 제조업체로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협박용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의 신청을 받아들였던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본안 소송 판결 전에 삼성전자가 판매금지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지 않음으로써 애플이 당하게 될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피해 판단의 객관적 증거가 무엇인지부터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갤럭시 넥서스가 삼성-구글 합작품이라지만 애플이 문제삼은 특허도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 쪽 기술이었다. 정작 구글은 놔두고 삼성에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판매금지 조치였다.

가처분 신청이 남용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애플은 삼성 외에도 HTC 등 IT기업들을 대상으로 거의 무차별 소송을 진행 중이다. 행태로만 보면 특허괴물과 다름없다. 특허권자의 권리도 존중돼야 하지만 소비자 권익도 소중한 가치다. 특허침해는 고사하고 특허 자체의 무효 논란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받아들이는 것은 누가봐도 일방적이다. 미국 내 갤럭시 고객, 구글 고객들의 불매운동은 애플의 이런 행태에 대한 반발이다. 미 항소법원은 일시적 유예가 아니라 판매금지 명령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