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 효성 부회장(사진)이 미국 델 컴퓨터의 ‘압력솥 문화(pressure-cooker)’를 들어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6일 ‘CEO레터’를 통해 “‘압력솥 문화’는 아무리 회사가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더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를 이르는 말”이라며 “델에서는 스스로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을 기업경영의 최대 적으로 간주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5초간 승리를 기뻐하고, 5시간 동안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 반성하라’는 말이 델의 경영지침”이라며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세계경제가 혹독한 빙하기로 접어들었다”는 경기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고 신흥시장도 성장세가 주춤거려 경기침체는 상당 기간 길어질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져 성장은 고사하고 현상유지조차 버거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위기 상황을 환기시켰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나 ‘이러다 좋아지겠지’란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는 “사소한 실수나 계획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일이 잘 안 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라”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방치하거나 회사에 문제를 알리지 않다 나중에 심각한 수준의 악재로 커져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했다.
또 위기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긍정적인 자세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은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꼭 필요한 자세”라며 “진행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항상 회사와 소통하고 문제는 팀워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