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정부에 제출할 전기요금 인상안을 재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를 선언했다.

한전에 따르면 이날 15명의 상임·비상임 이사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4시간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인상 요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 초 전력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전기요금 평균 13.1%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한전이 당초 지경부에 제출한 13.1%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상안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강경파들이 그동안 요금 인상이 늦어진 데 따른 손실까지 보전받아야겠다는 판단에 대폭 인상안 상정을 주도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지난 4년간 쌓인 8조여원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측과 유가 안정과 물가 부담 요인을 감안해 요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9일 오전 다시 이사회를 열어 상임·비상임 이사들 간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전 이사회가 당초 예상과 달리 전기요금 인상률을 더 높이겠다는 방안을 상정하자 정부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지경부와 기획재정부는 한전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사실상 5%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은 어렵다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상태다.

한 비상임 이사는 “김쌍수 전 사장이 지난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전기료 인상 노력이 부족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게 이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호/조미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