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기초자치단체 재정을 망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부실한 대책을 내놨으면서도 보육예산을 일방적으로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51·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구는 재정자립도가 81.5%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부자동네’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이 가장 먼저 바닥나는 곳이기도 하다.

진 구청장은 “올해 확보한 무상보육 예산이 오는 10일이면 완전히 소진된다”며 “시에서 임시방편으로 20억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9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서초구가 부자 동네라고 하지만 올해 예산규모가 약 3300억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위에 불과하다”며 “재정자립도의 함정에 빠져 예산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부터 시작된 재산세 공동과세가 서초구 재정을 본격적으로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공동과세는 구세인 재산세 중 50%를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진 구청장은 “공동과세 시행 전엔 연평균 1900억원의 재산세가 들어왔지만 2008년 이후엔 재산세 수입이 600억원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서초구의 0~2세 보육아동 중 소득 상위 30% 가구 자녀의 비율은 77.5%로, 서울시 평균(45.5%)을 훨씬 웃돈다. 이전 같으면 지원하지 않아도 될 소득 상위계층이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예산 고갈 시점이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 구청장은 “서초구 0~2세 보육아동 1만4500여명 중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율은 35% 수준”이라며 “나머지 65%에게도 무상보육을 한다면 올해 예산 207억원에 비해 세 배가 넘는 600여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