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뜰 안의 잡초 무성하지만…도연명의 삶은 꿋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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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을 그리다
위안싱페이 지음 / 김수연 옮김 / 태학사 / 288쪽 / 2만2000원
위안싱페이 지음 / 김수연 옮김 / 태학사 / 288쪽 / 2만2000원
“이제 돌아가야지/전원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가지 않으랴/이미 마음이 몸에 부려졌다고/어찌 구슬프게 홀로 서러워하리오/…/뜰 안의 세 갈래 길 잡초 무성하지만/소나무와 국화는 여전히 꿋꿋하구나…”
동진(東晋)시대 은거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시문 ‘귀거래사(歸去來辭)’는 고아하고 청빈한 선비의 정신과 삶을 묘사했다. 도연명이 41세 때 진나라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상급 기관의 부패한 관리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현실을 깨닫고 벼슬을 내던지고 집으로 돌아오며 지었다. 북송의 화가 이공린의 ‘연명귀은도’는 ‘귀거래사’의 내용을 7단락으로 나눈 뒤 그에 맞춰 비단에 7폭으로 그린 그림이다. 고향에 당도한 도연명이 소매를 펄럭이며 뱃머리에 서 있거나, 뜨락을 걷고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모습 등을 통해 당대의 생활상과 정신 세계를 표현했다.
《도연명을 그리다》는 ‘동양의 문화아이콘’ 도연명의 인생과 문학이 시대에 따라 어떤 이미지로 구현됐는지 보여준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까지 60여편의 그림을 곁들여 나라별 공통점과 차이점도 비교한다. 도연명의 고결한 인품과 빼어난 전원시는 동양 3국에서 사대부 삶의 모델이자 어려운 현실에서 청신한 기운을 얻는 상징으로 존경받았다.
일본 덴리대 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도연명의 시문 ‘도화원기’를 제재로 한 한국 전통 회화 중 최고로 꼽힌다. 안견이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명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안평대군의 발문에 따르면 세종 29년(1447년) 도원을 유람하는 꿈을 꾸고 안견에게 그리도록 명했다고 한다. 비단에 그린 이 채색화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고, 붉은색의 복사꽃이 사이사이 찍혀 있다. 정연한 신선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도연명의 작품과 인생을 교차시킨 60여편의 화폭에는 산수와 절경, 복사꽃 가득한 도원, 고고하고 청빈한 삶 등 넘치는 인문적 정취로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여백을 준다. 우리에게 생소한 송, 원, 명, 청나라의 생활사에도 접근하는 길을 제시한다. 수레와 화물을 운반하는 지게 막대기, 국화밭 옆의 정리된 논과 관개수로, 술이 익자 갈건을 벗어 술을 거르는 모습 등에서 당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동진(東晋)시대 은거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시문 ‘귀거래사(歸去來辭)’는 고아하고 청빈한 선비의 정신과 삶을 묘사했다. 도연명이 41세 때 진나라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상급 기관의 부패한 관리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현실을 깨닫고 벼슬을 내던지고 집으로 돌아오며 지었다. 북송의 화가 이공린의 ‘연명귀은도’는 ‘귀거래사’의 내용을 7단락으로 나눈 뒤 그에 맞춰 비단에 7폭으로 그린 그림이다. 고향에 당도한 도연명이 소매를 펄럭이며 뱃머리에 서 있거나, 뜨락을 걷고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모습 등을 통해 당대의 생활상과 정신 세계를 표현했다.
《도연명을 그리다》는 ‘동양의 문화아이콘’ 도연명의 인생과 문학이 시대에 따라 어떤 이미지로 구현됐는지 보여준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까지 60여편의 그림을 곁들여 나라별 공통점과 차이점도 비교한다. 도연명의 고결한 인품과 빼어난 전원시는 동양 3국에서 사대부 삶의 모델이자 어려운 현실에서 청신한 기운을 얻는 상징으로 존경받았다.
일본 덴리대 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도연명의 시문 ‘도화원기’를 제재로 한 한국 전통 회화 중 최고로 꼽힌다. 안견이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명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안평대군의 발문에 따르면 세종 29년(1447년) 도원을 유람하는 꿈을 꾸고 안견에게 그리도록 명했다고 한다. 비단에 그린 이 채색화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고, 붉은색의 복사꽃이 사이사이 찍혀 있다. 정연한 신선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도연명의 작품과 인생을 교차시킨 60여편의 화폭에는 산수와 절경, 복사꽃 가득한 도원, 고고하고 청빈한 삶 등 넘치는 인문적 정취로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여백을 준다. 우리에게 생소한 송, 원, 명, 청나라의 생활사에도 접근하는 길을 제시한다. 수레와 화물을 운반하는 지게 막대기, 국화밭 옆의 정리된 논과 관개수로, 술이 익자 갈건을 벗어 술을 거르는 모습 등에서 당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