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대한항공, 아프리카·사우디까지 하늘길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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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대한항공
조양호의'역발상 경영'
위기때 발주한 A380…글로벌 명품 항공사 도약 첨병
"여객수송 세계 톱10 진입"
태평양 횡단노선 최다 보유…2019년 140개 도시 취항 목표
3분기 사상최대 실적 기대
조양호의'역발상 경영'
위기때 발주한 A380…글로벌 명품 항공사 도약 첨병
"여객수송 세계 톱10 진입"
태평양 횡단노선 최다 보유…2019년 140개 도시 취항 목표
3분기 사상최대 실적 기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3년 취임 직후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라크 전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세계 최대 항공기인 A380을 발주한 것.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파산 직전에 몰렸고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세계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다. “이번 투자가 대한항공에 무거운 짐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입을 결정한 A380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운항을 시작한 이후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노선 이용 승객이 40%가량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 복층 항공기라는 특징을 살려 2층 전층을 비즈니스석으로 구성한 덕분이다. 기존 항공기보다 20% 이상 연료 효율이 높은 고효율친환경 기종으로 연료비 절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A380의 도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이라는 조 회장의 신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불황에 더 과감…“노선 140개로 확장”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아프리카 중남부의 관광 중심지인 케냐 나이로비에 직항 항공기를 취항했다. 국내 첫 중남부 아프리카 취항으로, 동북아 항공사 중에서도 나이로비에 정기선을 띄우는 것은 처음이다.
아프리카뿐 아니다. 올 들어 베트남 다낭, 영국 개트윅에 취항했으며 하반기에는 ‘미지의 땅’ 미얀마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노선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위기 속에서 선제적으로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미국 중국 등 전통시장의 수요가 감소한다고 해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121개인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14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위축된 화물사업 부문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연료 효율이 기존 항공기보다 20%가량 높은 차세대 화물기 B747-8F와 B777F 2종을 동시에 도입했다. 고유가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등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화물 부문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신형기 도입과 함께 화물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스페인 사라고사(7월), 중국 청두(9월)에 화물기를 취항한 데 이어 올해는 중남미 진출에 나섰다. 브라질 상파울루, 페루 리마에 지난 4월부터 주 1~2회 부정기편을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화물 부문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6% 이상 늘어난 3조5000억원으로 회사 전체 성장률 목표치인 4.5%의 세 배가 넘는다.
◆‘오너십 경영’이 성장 이끌어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의 민영화로 출범한 대한항공의 시작은 초라했다. DC-9 제트기 1대와 구형 프로펠러기 7대에 국내선과 일본 노선이 전부인 적자 투성이 무명 항공사였다. 하지만 불과 40여년 만에 148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전 세계에서 태평양 횡단 노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글로벌 항공회사로 성장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에는 ‘오너 경영’의 장점인 도전 정신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영화 이후 대한항공은 비행기 확보와 노선망 확충에서 지속적으로 공격 경영을 펼쳐 왔다. 그 결과 3개에 불과했던 국제노선은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41개국, 121개 도시로 늘어났다.
국내선 운항 횟수는 1969년 주 49회에서 527회로, 국제선 여객은 주 6회에서 842회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여객 수송량은 2330만명, 화물 수송량은 171만t으로 각각 세계 14위와 2위를 차지했다. 화물 부문은 중국이 양적 공세에 나서기 전인 2009년까지 6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A380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逆)발상 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2006년부터 세계 항공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와 함께 연료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A380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작사가 항공사의 넘치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돈이 있어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A380 5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온 데 이어 2014년까지 총 10대를 도입한다. 동북아시아에서 A380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항공 수요 증가와 고유가 시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등 환경 문제가 주요한 사업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가장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투자한 역발상 결정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고유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고전했다. 하지만 2분기 500억여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실적 개선의 주 요인들이다. 선제적인 기단 확대와 노선 확장이 외부환경 변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A380 외에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B787-900 드림라이너를 총 10대 들여오며, B747-8 A330 B777 등 신기종도 20여대 도입할 계획이다. 명품 좌석, 웰빙 기내식, 고품질 객실 서비스 등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인 2019년 국제 항공 여객 수송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인 화물사업 부문에서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명품 항공사를 향한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입을 결정한 A380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운항을 시작한 이후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노선 이용 승객이 40%가량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 복층 항공기라는 특징을 살려 2층 전층을 비즈니스석으로 구성한 덕분이다. 기존 항공기보다 20% 이상 연료 효율이 높은 고효율친환경 기종으로 연료비 절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A380의 도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이라는 조 회장의 신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불황에 더 과감…“노선 140개로 확장”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아프리카 중남부의 관광 중심지인 케냐 나이로비에 직항 항공기를 취항했다. 국내 첫 중남부 아프리카 취항으로, 동북아 항공사 중에서도 나이로비에 정기선을 띄우는 것은 처음이다.
아프리카뿐 아니다. 올 들어 베트남 다낭, 영국 개트윅에 취항했으며 하반기에는 ‘미지의 땅’ 미얀마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노선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위기 속에서 선제적으로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미국 중국 등 전통시장의 수요가 감소한다고 해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121개인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14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위축된 화물사업 부문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연료 효율이 기존 항공기보다 20%가량 높은 차세대 화물기 B747-8F와 B777F 2종을 동시에 도입했다. 고유가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등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화물 부문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신형기 도입과 함께 화물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스페인 사라고사(7월), 중국 청두(9월)에 화물기를 취항한 데 이어 올해는 중남미 진출에 나섰다. 브라질 상파울루, 페루 리마에 지난 4월부터 주 1~2회 부정기편을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화물 부문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6% 이상 늘어난 3조5000억원으로 회사 전체 성장률 목표치인 4.5%의 세 배가 넘는다.
◆‘오너십 경영’이 성장 이끌어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의 민영화로 출범한 대한항공의 시작은 초라했다. DC-9 제트기 1대와 구형 프로펠러기 7대에 국내선과 일본 노선이 전부인 적자 투성이 무명 항공사였다. 하지만 불과 40여년 만에 148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전 세계에서 태평양 횡단 노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글로벌 항공회사로 성장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에는 ‘오너 경영’의 장점인 도전 정신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영화 이후 대한항공은 비행기 확보와 노선망 확충에서 지속적으로 공격 경영을 펼쳐 왔다. 그 결과 3개에 불과했던 국제노선은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41개국, 121개 도시로 늘어났다.
국내선 운항 횟수는 1969년 주 49회에서 527회로, 국제선 여객은 주 6회에서 842회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여객 수송량은 2330만명, 화물 수송량은 171만t으로 각각 세계 14위와 2위를 차지했다. 화물 부문은 중국이 양적 공세에 나서기 전인 2009년까지 6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A380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逆)발상 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2006년부터 세계 항공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은 앞다퉈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와 함께 연료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A380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작사가 항공사의 넘치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돈이 있어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A380 5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온 데 이어 2014년까지 총 10대를 도입한다. 동북아시아에서 A380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항공 수요 증가와 고유가 시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등 환경 문제가 주요한 사업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가장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투자한 역발상 결정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고유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고전했다. 하지만 2분기 500억여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실적 개선의 주 요인들이다. 선제적인 기단 확대와 노선 확장이 외부환경 변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A380 외에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B787-900 드림라이너를 총 10대 들여오며, B747-8 A330 B777 등 신기종도 20여대 도입할 계획이다. 명품 좌석, 웰빙 기내식, 고품질 객실 서비스 등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인 2019년 국제 항공 여객 수송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인 화물사업 부문에서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명품 항공사를 향한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