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2010년 11월23일. 엘런 쿨먼 듀폰 최고경영자(CEO)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일리톨 생산으로 유명한 덴마크 식품원료업체 다니스코의 톰 크누첸 CEO였다. 그는 쿨먼에게 “우리 회사를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기업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화학업체 듀폰의 다니스코 인수가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것이다. 2011년 5월, 듀폰은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이 회사를 사들였다. 이후 다니스코는 듀폰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1분기 다니스코가 포함된 식품사업부문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 전체 순익 증가율(4%)을 웃돌았다. 쿨먼은 2일(현지시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다니스코 인수의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조사하고 분석하라”

쿨먼은 “듀폰의 성공적 인수 뒤엔 철저한 분석 절차가 있었다”고 평했다. 조사·분석 등 사전 준비에 시간과 공을 들였다는 것. 그는 크누첸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믿음직한 직원들을 모았다. 크누첸의 기업가치를 계산하기 위해 7명으로 ‘사전분석팀’을 구성했다. “사도 좋다”는 결과가 나오자 25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 달간 본격 분석에 돌입했다.

이사진의 마지막 승인을 받기 20분 전까지 법률전문가의 조언도 들었다. 쿨먼은 “사전 준비는 꽤 오래 걸렸지만 이사진의 승인은 빨랐다”고 말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결과적으로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시간 절약에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쿨먼은 또 “거래 자체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준비에 열중하다가 거래 자체에 집착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쿨먼은 인수 목적부터 명확히 했다. 듀폰의 농업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다니스코 인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최선을 다했다면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다는 사실도 직원들에게 공표했다. 그는 “인수 도전에 앞서 플랜B(대안)를 마련, 필요할 땐 집착을 버리고 돌아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주·직원과 커뮤니케이션하라”

듀폰의 다니스코 인수가 일사천리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데서 발목이 잡혔다.

덴마크 기업을 인수하려면 주주 90%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듀폰이 얻은 첫 동의율은 48%에 불과했다. 어려움에 부딪힌 쿨먼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달려갔다. 주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적정 기업가치를 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주주모임에 참석해 얼굴을 맞대고 “주당 얼마면 인수에 찬성하겠느냐”를 직접 물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주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거래는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주주들과 대화 후 듀폰은 기존 주당 665크로네에서 주당 700크로네로 가격을 올렸다. 총 인수금액은 63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었다. 쿨먼은 “기존 가격을 고집하고 있었다간 거래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조정 후 다니스코 주주의 92%가 듀폰의 인수에 찬성했다.

인수 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했다. 반목을 줄이기 위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썼다. 최대한 기존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1주일간 전략회의를 열고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믿음을 얻는 전략도 썼다. 쿨먼은 “다니스코 인수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고 절망스러웠던 적도 많았지만 결국 그 어려움이 듀폰의 미래에 큰 힘이 됐다”며 “전략을 정확히 세운다면 기업 인수는 고난을 견딜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