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전면 개편,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기종 선정,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등….’

정부가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표적인 국정과제들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남은 국정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정 현안을 둘러싼 당정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하반기 예정된 세법개정안과 예산안 심의도 험난한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 및 향후 예상되는 대선 공약들과 맞물려 있어 ‘현재권력(이명박 정부)’과 ‘미래권력(새누리당)’의 격돌은 상당 기간 파열음을 내며 지속될 전망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오늘 할 일을 (다음으로) 미뤄서는 안된다”며 주요 정부 현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FX 사업 기종 선정 등 주요 사업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은 ‘릴레이’로 지금 주자가 전력으로 질주해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며 “오늘 할 일을 미루면 그만큼 경제는 뒷걸음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19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주요 과제를) 국회와 의논해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과 정부가 정책을 놓고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국정과제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와의 깊은 교감 속에 작심하고 나온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정권을 의식해 국정 과제를 미루는 것은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라는 것.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치권에서 임기가 7개월 이상 남은 대통령에게 주요 국정 현안을 처리하지 말라는 것은 국익도 포기하라는 뜻”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할 일은 책임감 있게 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정상 업무를 보고 이임식을 했다”며 “대통령직도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동연 재정부 2차관도 전날 “기존 보육지원 체계를 전면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여당의 무상보육 확대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재정부는 4일에도 기자설명회를 열고 전면 무상보육을 소득수준에 맞게 선별 지원하는 쪽으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며 김 차관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육지원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제한된 자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해석을 달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여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심기/차병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