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각종 안(眼)질환의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무더위와 장마 등으로 기온과 습도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몸의 면역력도 급격히 떨어져 감염성 안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물놀이 중 세균·바이러스 감염에 걸리는가 하면 강한 자외선 탓에 백내장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장마 이후 각종 세균 감염에 오염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유행성 눈병의 발병 시기를 다음달 초로 내다봤다.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여름철 주의해야 할 안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여름 대표 안질환, 유행성각결막염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유행성각결막염은 감염 후 3~5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양쪽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심하게 나는 증상을 보인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5~14일 사이에 눈부심을 호소하는데, 각막 중심부에 발생된 상피성 각막염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난 후 1주일 정도가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다. 전염성은 최대 4주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전염되는 사례가 잦다. 어린이의 경우 인두통이나 설사를 자주 하고 각막 상피에 혼탁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시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80개 안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중순 유행성각결막염 환자 수는 1019명으로 이 기간 지난 5년간 평균 환자 수(903명)보다 12.7%나 증가했다.

이 병은 주로 손 때문에 감염된다. 따라서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고 가족끼리도 수건을 따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손으로 눈을 비비는 것도 금물이다. 간지러워 못 견딜 때는 화장용 티슈로 심하지 않게 문질러야 한다. 냉찜질 등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충혈된 눈을 가리기 위해 안대를 해선 안 된다. 눈의 분비물 배출을 막기 때문에 차라리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게 낫다.


◆갑작스런 토끼눈, 급성출혈성결막염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고 한다. 엔테로바이러스가 주원인이며 보통 하루 이틀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생한다. 결막 아래 출혈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행성각결막염과 구분되며, 시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표적 자각 증상은 가려움을 동반한 눈의 통증, 눈물, 이물감, 눈꺼풀 부종 등이다. 환자 4명 가운데 1명은 열이 나거나 전신무력감을 호소한다. 전염력이 강하고 발병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항상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좋다.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안과를 찾아 항생제 안약을 점안하고 소염제를 복용해야 한다.

◆수영장의 복병, 인두결막염

여름철 아이들에게 흔히 발병하며, 주로 수영장 물 때문에 감염된다. 발병하면 38.5~40도까지 고열 증세를 보이며 인두통과 급성 여포성 결막염이 발생한다. 열흘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염증을 완화시키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약 복용 등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진단으로 약국에서 약을 먹으면 녹내장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투약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물안경을 착용하고, 물놀이 후에는 눈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수건이나 물놀이 용품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렌즈를 낀 채 수영하면 눈물로 인한 안구 세척이 안 돼 이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자외선에 의한 눈의 화상, 광각막염

무더운 여름날에는 자외선이 강해 일명 눈 화상이라고 불리는 광각막염에 걸리기 쉽다. 검은 눈동자의 바깥쪽에 위치한 각막은 얇은 상피 조직이 외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

광각막염이 발병하면 눈이 몹시 시리고 눈물이 흐르며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짧으면 2~3일, 길면 1주일 만에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녹내장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자외선이 적은 실내로 피하고, 차가운 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눈을 자주 깜빡거리지 않게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광각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흐리더라도 자외선의 영향은 지속되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눈의 목마름, 안구건조증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이 뻑뻑하고 충혈돼 있거나, 건조한 곳에서 눈이 화끈거린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각막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눈물이 말라버린 때문이다. 심해지면 시력저하가 나타나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직접적으로 얼굴에 닿는 것을 피하고, 인공누액으로 부족한 눈물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장시간 밀폐된 곳에서 냉방 시에는 젖은 수건이나 가습기 등을 통해 습도를 적절히 유지시켜줘야 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도움말=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