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41·경찰대10기·사진)는 국내 ‘셉테드’의 산 역사다. 경찰대를 졸업한 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모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셉테드 연구에 몰두했다. 부천시·경찰청 셉테드 합동프로젝트 연구위원, 서울시 뉴타운 셉테드 지침 개발 지도교수, 경찰청 판교신도시 셉테드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며 셉테드 도입에 앞장섰다.

박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용인대 범죄과학연구소는 2010년부터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함께 영국의 셉테드 인증제도인 SBD(secured by design)를 한국화 하는데 몰두해 왔다. 영국 SBD처럼 표준화된 인증제도를 만들어 셉테드 확산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에서다.

박 교수는 “주거환경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을 주는 범죄는 옥외 범죄보다 침입 범죄”라며 “절도, 강도, 성폭행, 살인 등 침입 범죄는 대부분 현관문, 베란다, 창문 등 외부로 통하는 개구부를 통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창문, 현관문, 경첩, 도어록 등 종합적인 방범기능 시험 방법을 개발했다. 시험 방법은 지그시 누르는 정하중(靜荷重)과 강하게 충격을 가하는 동하중(動荷重) 등 두 가지다. 현재 인증 잣대가 될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정하는 중이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Q마크는 획득했고 기술표준원의 국가표준(KS)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박 교수는 “침입 범죄에 대한 방범 성능을 테스트해 인증을 빨리 해야 범죄로 인한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며 “선진국은 방범 성능을 테스트할 때 침입 범죄 등 외부 공격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시간까지 점검한다”고 소개했다.

국내에 선진국처럼 셉테드가 제도적으로 안착하려면 법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범죄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셉테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강행 규정을 둬야 한다”며 “해당 지자체에서 하나의 사업으로 정해 의무적으로 해당 지역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