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문가 "타르투스 기지, 무기수출 큰 의미없어"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지지를 끝까지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은 중동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옛 소련 시절의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감성적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유혈 사태에도 아사드 정권을 계속 비호하는 이유는 시리아가 중동 지역의 주요 러시아 무기 수입국이고 러시아의 유일한 해외 해군기지가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남아있는 등의 경제, 군사적 중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해왔다.

모스크바에 소재한 전략기술분석센터는 그러나 최근 국방부에 올린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시리아에 큰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논리보다 감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략기술분석센터 연구원 루슬란 알리예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타르투스 기지는 진정한 의미의 해군기지가 아니다"며 "단지 러시아 군함에 식량과 식수 등을 공급하고 긴급 수리를 해주는 정도의 기능만을 하고 있으며 배치 인원도 5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알리예프는 그러면서 "소련 붕괴 이후 타르투스 기지는 러시아가 해외에 해군기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만을 갖게 됐다"며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타르투스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견해는 타르투스가 러시아에 큰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해외에 마지막 남은 이 해군기지를 지키기위해 필사적 노력을 펼칠 것이란 전망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러시아는 1971년 시리아와 맺은 협정에 따라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시리아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대가로 타르타스 항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위성 사진을 판독해 보면 3개의 부두를 갖추고 있는 타르투스항은 순양함이 들어갈 정도의 규모는 되지만, 미 해군 5함대가 이용하는 미국의 페르시아만 기지와는 달리 항공모함이 들어갈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전했다.

또 수천 명의 러시아인들이 옛 소련이 시리아에 수출한 무기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타르투스항에는 러시아인들이 많지 않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 TV 방송들이 방영한 화면을 보면 타르투스항은 쇠퇴해 가는 낡은 항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항구에는 오래된 러시아 트럭들이 보이고 정원에는 풀이 우거졌으며 격납고도 노후했다.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무기 수출도 전체 무기 수출에 비해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CAST)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무기 수출량 가운데 시리아가 차지한 비중은 5% 가량으로 시리아가 러시아의 핵심적인 무기 수입국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CAST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중동에서 소련이 지녔던 힘을 보여주던 '최후의 흔적'인 시리아 정권이 몰락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리아에 대한 지원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지원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전략기술분석센터의 알리예프 연구원도 "타르투스 기지와 무기 수출을 러시아의 아사드 지원 이유로 꼽는 서방 언론들은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은 소련 시절과 잃어버린 소련의 영향력에 대한 향수로 설명된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