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산업경쟁력 영향평가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주요 법, 제도, 정책 등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친화적 정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게 지경부 설명이다. 취지로만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꼭 도입해야 하는 건지, 도입한들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부처마다 넘쳐나는 게 영향평가제도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고용영향평가, 성별영향평가 등이 그런 대표적 사례다.

지경부는 특정 분야에 대한 영향평가제도는 있어도 국가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 등 산업경쟁력에 대한 영향평가제도는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런 논리라면 얼마나 많은 영향평가제도가 생겨나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가는 난무하는 영향평가제도에 대한 별도의 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튀어나올 판이다. 지경부가 산업경쟁력 영향평가제도 도입을 결정하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훤히 내다보인다. 다른 영향평가제도처럼 우선 법을 만들 것이고, 평가를 위한 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다. 제도를 확산한답시고 강제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영향평가제도를 핑계로 권한을 키우고,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늘리는 수순으로 간다. 부처 이익 극대화로 귀착되고 마는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설령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 기존 영향평가제도가 그렇듯이 평가하는 쪽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는 허울좋은 그런 제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영향평가위원회를 만든다고 해도 공무원들이 책임 떠넘기기용으로 이용하는 수많은 위원회 중 하나가 될 것 또한 뻔하다. 겉으로는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그런 제도가 하나 더 생겨나는 꼴이다.

기업들로서는 번거로운 절차, 성가신 규제만 더 늘어날 뿐이다. 게다가 지경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산업경쟁력 영향평가는 상당부분 기존의 규제영향평가, 고용영향평가, 그리고 무역위원회의 수입에 따른 산업경쟁력평가 등과 중복된다. 자리는 많고 일거리는 없고 책임은 지기싫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