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처음 건설된 것은 17세기 유럽에서라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초기에는 주로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흙이나 광물을 채굴해 낮은 곳으로 실어나르는 데 사용됐다는 점이다. 이런 용도의 케이블카는 19세기 후반에 급격히 보급됐고 20세기 초에 이르자 미국 서부와 유럽 등지에서 광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장비가 됐다고 한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후 스위스 남부 독일 등지의 산악지역에서였다고 전해진다. 철도에 비해 건설 및 운영비용이 훨씬 적게 들자 보급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 승객 수송용으로 유명한 것은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케이블카다. 루스벨트 섬에서 맨해튼까지 하루 1만여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데 차량으로 인근 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값도 싸고 시간도 절약된다고 한다.

요즘엔 케이블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관광이다. 관광용 케이블카는 1913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운행됐다고 하며 미국에서는 1938년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에 처음 설치됐다. 국내 최초 케이블카는 1962년 5월 운행을 시작한 남산케이블카다. 지금도 인기가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해도 창경원(현 창경궁)과 함께 서울의 2대 관광코스로 꼽힐 정도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밑에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분명히 특별한 즐거움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산과 계곡 등 경관이 빼어난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케이블카를 종종 볼 수 있는 이유다.

전남 구례군 등 6개 지자체가 추진해 온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국립공원위원회가 경남 사천시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환경성과 기술성을 이유로 모두 부결시켰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방 경기를 살리려던 지자체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색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문제에 결론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 반대하는 쪽은 구조물 설치 과정에서는 물론 관광객 급증으로 환경이 급속히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탐방객을 분산시켜 등산객으로 인한 산림 훼손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과 적절히 개발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진정한 보호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