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흥행작이 많았다.

국내 영화관람객 수는 2006년 1억6000만명을 넘은 뒤 지난해까지 제자리걸음을 지속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관람객 300만명 이상의 흥행작들이 쏟아져나왔다. 덕분에 지난달까지 전국 영화관람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누적 관람객이 1억7000만명을 넘어 연간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시장점유율 높아 협상력 우위

영화관람객 증가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의 실적 증대로 이어진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1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1% 증가했다. 전국 영화관람객이 지난 4월 전년 동기보다 59.3% 증가한 데 이어 5월에도 14.9% 늘어 2분기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CJ CGV는 국내 1위 사업자로서 영화시장 성장세 이상으로 실적을 늘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관객 수를 기준으로 한 CJ CGV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말 현재 43%다. 이 회사는 매년 3~5개씩 새 영화관을 개설해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영화 배급사업자와 수익 배분 협상을 할 때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영화시장과 CJ CGV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영화 개봉작 수를 비교해 보면 영화시장은 경기에 2년가량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화 제작을 시작해서 개봉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당장 영화 개봉작 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불황기에는 저렴한 여가선용 수단으로서 영화가 각광받을 수도 있다.

○잠재력 높은 중국 및 베트남 진출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은 CJ CGV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2010년 영화관람객은 2억9000만명으로 국내 관람객보다 두 배가량 많았지만,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0.3회에 불과했다. 미국(8회) 프랑스(5회)는 물론 한국(3회)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에서 2000년대 초·중반 나타났던 영화관객 증가세가 향후 5~10년 내 중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CJ CGV는 2015년까지 중국 내 극장 수를 60개로 늘릴 계획이다. CJ CGV 중국 체인 중 1~3호점은 국내 체인보다 매출 대비 이익률이 높아 앞으로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3D와 아이맥스 영화 상영을 허용하는 등 영화산업 규제를 완화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베트남시장도 기대할 만하다. CJ CGV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멀티플렉스 업체인 메가스타를 인수했다. 메가스타는 지난해 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 15억원의 순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했다. 베트남은 주 관객층인 20~30대 인구가 한국의 2.2배나 돼 영화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

3D 영화도 CJ CGV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은 최근 몇 년간 관객 수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관람료 역시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3분기 관람료 인상도 7년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2010년 ‘아바타’가 흥행한 이후 3D 영화 제작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관람료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아직은 3D 영화관람객 비중이 15% 정도로 높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3D 영화관객이 늘면서 ATP(평균 관람료)가 증가할 전망이다.

○설비투자 비용 부담

산업 특성상 설비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은 CJ CGV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CJ CGV는 매년 국내 3~5개를 포함해 10개 이상의 새 극장을 개설한다. 신규 출점에 들어가는 비용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신규 출점을 한 만큼 매출이 증가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2007년 CJ CGV 주가를 2만원대에서 1만2000원대까지 끌어내린 요인이 되기도 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탓에 해외시장에서도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되도록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극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초기 비용 부담은 높아진다. CJ CGV는 현재 중국 내 9개 체인을 두고 있으며, 매년 10개 이상 신규 출점을 할 계획이다. 초기에 개설한 1~3호점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중국법인 전체로는 올해까지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CJ CGV는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4D 투자를 늘리고 있다. 4D 영화는 3D의 입체 효과에 좌석 움직임과 진동, 바람 등 물리적 효과를 더한 영화다. 고정비가 많이 투입되는 것은 기존 사업과 같지만, 입장권 가격을 높일 수 있어 기존 2D 및 3D 영화보다 빠른 시간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프리머스시네마와 미국법인, 4D플렉스 등 자회사 손실도 CJ CGV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다만 손실 규모가 컸던 미국법인을 지난해 말 매각해 자회사 손실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4D 영화관 시스템 개발을 맡은 자회사 4D플렉스 손실도 하반기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정 <SK증권 연구위원 comengie@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