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도사' '굿모닝 총장' 별명
한세대 성장 견인한 70세 여총장의 원동력은…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추자' 에세이 출간으로 치유의 메시지 전달


"목사 아내가 무슨…" "여자가 무슨…" "음악한 사람이 무슨…"

김성혜 한세대 총장(70·사진)이 2006년 제 5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 들었던 소리다. 피아니스트인 김 총장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의 부인이다. 그가 한 대학의 '수장'이 된다고 하니 주변에서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

취임 6년이 지난 현재 그는 "똑부러지게 학교 살림 잘 하는 파워 총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뽑는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에 선정됐다. 'GEMI 친환경 디자인 특성화' 추진을 통해 교과부에서 40억 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25일 경기 군포시 한세대에서 김 총장을 만났다.

"자식보다 좋은 제자들 키운다"

한세대 총장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학생 상담 카드'와 '취업율 현황 그래프'. 학생 상담 카드는 탁자 한 가운데 놓여있다. 취업률 현황 그래프도 탁자 옆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김 총장은 "학생들을 상담한 교수들이 혹시나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내용의 답변을 적어주지는 않는지 학생 상담 카드를 확인한다" 며 '전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총장의 탁자 위에 상담 카드가 놓여 있으면 교수들이 학생을 더 꼼꼼하게 상담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한세대의 '취업 전도사'이기도 하다. 올 1학기에 처음으로 직접 '스피치 강의' 교수로 나섰다. 강의실에 TV 4대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다각도에서 녹화했다. "학기 초 수줍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들이 얼마 전 마지막 수업을 할 때 완전히 변했다"고 말하는 김 총장의 목소리에 흥이 돋았다.

교내에서 김 총장의 별명은 '굿모닝 총장'. 지나가던 학생들을 붙잡고 다짜고짜 영어로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신있게 영어로 답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즉석에서 점심 약속을 잡는다. 점심 약속 때 외국인 교수가 동행한다.

"이 시간에는 무조건 영어만 사용해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해야 해요. 오늘도 7명의 제자들과 '영어 점심 시간'을 갖고 왔죠. 외국인 교수님들에겐 늘 한세대 학생들을 자주 데려다놓고 말을 붙이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한세대의 외국인 교원 비율은 전체 교원의 30.1%로 전국 2위다. 또 세계 14개국 300여명의 외국 학생들이 한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취업율은 60%를 넘겼다.

김 총장이 이렇게 꼼꼼하게 학생들을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자들을 잘 키우면 자식보다 더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아들만 셋입니다. 그런데 최근 침구를 사러 갈 때 제자와 함께 가서 골랐어요. '자식'만 '자식'이 아니지요. 정을 주고 사랑을 주면 학생들이 따라옵니다."

김 총장의 '힐링' 메시지는?

김 총장은 지난해 시끄러운 일을 겪었다. 한 언론사의 노동조합이 횡령,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 총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는 "인생을 돌아볼 때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지 않겠냐" 며 "원래 기복이 많은 것이 인생"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7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점이다. 최근 방송계와 출판계를 아우르는 최대 화두는 ‘힐링’(healing·치유). 김 총장은 최근 '위로가 필요한 사회'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책 제목인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추자'는 김 총장의 메시지를 압축한 말이다.

"어떤 어려운 환경에 있더라도 그 환경에만 정신을 쏟지 말고 희망을 가지세요. 사람이라면 수렁에 빠질수도 있지요. 아니, 빠지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빠졌다' 싶을 때는 희망을 갖고 목표만 바라보세요. 왜냐고요? 춤은 음악이 있을 때에만 추는 것이 아니거든요. 음악이 없이도 춤을 추세요. 어떤 환경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마음을 가지세요."

군포=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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