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해발 700m 대관령에서 날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무용수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춤을 춥니다. 축음기 나팔 모양의 뮤직텐트에서 대관령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들을 수 있죠.”

다음달 26일부터 8월5일까지 강원도에서 펼쳐지는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화(68·첼리스트) 경화(64·바이올리니스트) 자매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올해로 9회째다.

지난해에 이어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이들은 “지난해에는 처음 예술감독을 맡아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지만 공연의 수준은 굉장히 높았고, 협연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며 “올해엔 차분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한 만큼 더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의 주제는 ‘춤에서 춤으로’. 버르토크가 작곡하고 세케이가 편곡한 ‘루마니아 민속 춤곡’으로 축제의 막을 연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춤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왔고, 수없이 많은 작곡가들이 춤을 위한 음악을 쓰고 춤에서 영감을 얻어왔다”고 설명했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는 라벨의 라 발스, 번스타인의 춤 모음곡, 허난설헌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재독 작곡가 박 파안 영희(67)가 지은 ‘초희와 상상의 춤’, 바흐의 샤콘느 솔로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 쇼팽의 마주르카와 왈츠 등 춤과 연관된 많은 곡들이 연주된다.

7월28일에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두 수석 무용수이자 스타 커플인 이리나 드보로벤코와 막심 벨로세르코프스키가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김주원 국립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와 이동훈 수석무용수도 나란히 이 무대에 올라 지젤의 파 드 되를 보여줄 예정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은 “정명화 감독이 국립발레단 공연 때마다 자주 와서 보신 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전했고, 그것을 계기로 올해 최고의 클래식 음악축제에 초대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경화 명화 자매도 무대에 오른다. 정경화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피터 프랭클, 2008년 그라모폰상 수상자인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 아이작 스턴의 오랜 파트너이자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인 로버트 맥도널드와 함께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들 자매와 막심 리자노프, 피터 프랭클은 7월9일 오후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을 연주한다.

저명 연주가 시리즈 외의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고음악계를 누비는 소프라노 임선혜는 고향 철원을 직접 방문해 공연을 펼친다. 리릭 바리톤 니콜라이 보르체프와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고, 뮤직텐트에서 하이든의 ‘천지창조’도 협연한다. 관람료는 3만~5만원. 기부금 20만원이 포함된 25만원의 후원석도 올해부터 운영된다. (02)794-1571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