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우면서 외환거래 관련 규제가 느슨한 홍콩을 통한 외화 밀반입, 재산도피, 자금세탁 등의 외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경유한 불법 외환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 2423억원에 달했던 홍콩 관련 외환 범죄는 2010년 4836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1조773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서도 홍콩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사례가 잇따라 적발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홍콩 관련 외환 범죄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3월 적발한 한 명품의류 업체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회사 명의로 한국 면세점에 명품을 수출한 뒤 이익금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했다가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국내에 반입했다. 이런 식으로 재산을 은닉·도피한 금액이 403억원에 달했다.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수출을 하면서 가격을 조작한 회사도 최근 검찰에 검거됐다. 이 회사의 홍콩 페이퍼컴퍼니는 정상 가격보다 낮게 물건을 받은 뒤 정상가격으로 다시 중국에 수출하면서 차익을 챙긴 뒤 이를 비밀계좌에 은닉했다. 이렇게 은닉한 금액만 무려 1552억원에 달했다.

홍콩만 범죄 경유지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선박회사의 경우 국내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선박을 파나마에 등록하고 운항 수입 등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비밀계좌에 은닉한 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서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에 재반입했다. 이 업체는 이런 식으로 2021억원의 자금을 세탁했다가 지난 4월 적발됐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