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주도권' 상실 위기감에…유한양행, 소송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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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와 42년 만에 파경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를 40여년간 공동 경영해 온 미국 킴벌리클라크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경영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 방침에 대해 이견은 종종 있었으나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는 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자주 기 싸움을 벌여 왔다. 지난해 3월에는 킴벌리클라크가 지명한 A이사를 두고 형사소송 목전까지 갔었다.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본부 총괄 사장이던 A이사가 본부의 운영비 중 일부를 분담한다는 명목으로 유한킴벌리로부터 20억원을 불법 인출하는 등 이사로서 자격미달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킴벌리클라크는 A이사의 퇴진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유한킴벌리가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하는 로열티 증액과 운영비 분담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유한양행 측은 “유한킴벌리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최근 물러난 최상후 이사(전 유한양행 공동대표)다. 킴벌리 측이 지명 이사 수를 늘려 경영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은 이런 갈등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한양행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1970년 공동 출자시 비율인 6(킴벌리) 대 4(유한양행)에 따라 정한 이사 선임 비율 4(킴벌리) 대 3(유한양행)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킴벌리 측은 7월 초 열리는 유한킴벌리 임시주주총회에 1998년 이후 축소된 유한양행 지분을 반영해 이사 선임 비율을 5 대 2로 조정하는 것을 주요 안건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이 안건을 부결시키도록 킴벌리 측의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또 2010년 초 선임된 최규복 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해임하고, 후임을 선임하는 데 유한양행의 뜻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이번 가처분에 포함시켰다. 최 사장은 유한양행이 지명한 3인 중 한 명이지만 킴벌리클라크 쪽의 방침에 부합하는 경영을 해 와 유한양행과 종종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기간 중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최 사장이 유한양행의 눈 밖에 난 이유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 사장 후임으로 최병선 전 부사장을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킴벌리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 전 부사장은 2007년 8월 문국현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사실상 회사 경영을 총괄했었으나 킴벌리 측의 견제로 2010년 5월 회사를 떠났다.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뛰어난 실적도 유한양행이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배경이다. 유한킴벌리의 작년 매출은 1조3041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인 반면 유한양행은 매출 6792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유한양행의 실적에 유한킴벌리의 기여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킴벌리클라크사의 요구대로 이사비율이 조정돼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 킴벌리클라크는 손쉽게 로열티 증액이나 운영비 부담, 고배당금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유한킴벌리 의존도가 높은 유한양행의 기업가치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42년간 이어온 공동경영을 깨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은 자회사 유한킴벌리의 지분법 이익이 500억원에 달해 올해 적정주가를 구했을 경우 현 주가에서 30% 상승 여력이 있다”며 “유한킴벌리의 경영권이 킴벌리클라크로 넘어간다면 유한양행의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성/이고운 기자 ihs@hankyung.com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는 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자주 기 싸움을 벌여 왔다. 지난해 3월에는 킴벌리클라크가 지명한 A이사를 두고 형사소송 목전까지 갔었다.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본부 총괄 사장이던 A이사가 본부의 운영비 중 일부를 분담한다는 명목으로 유한킴벌리로부터 20억원을 불법 인출하는 등 이사로서 자격미달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킴벌리클라크는 A이사의 퇴진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유한킴벌리가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하는 로열티 증액과 운영비 분담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유한양행 측은 “유한킴벌리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최근 물러난 최상후 이사(전 유한양행 공동대표)다. 킴벌리 측이 지명 이사 수를 늘려 경영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은 이런 갈등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한양행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1970년 공동 출자시 비율인 6(킴벌리) 대 4(유한양행)에 따라 정한 이사 선임 비율 4(킴벌리) 대 3(유한양행)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킴벌리 측은 7월 초 열리는 유한킴벌리 임시주주총회에 1998년 이후 축소된 유한양행 지분을 반영해 이사 선임 비율을 5 대 2로 조정하는 것을 주요 안건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이 안건을 부결시키도록 킴벌리 측의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또 2010년 초 선임된 최규복 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해임하고, 후임을 선임하는 데 유한양행의 뜻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이번 가처분에 포함시켰다. 최 사장은 유한양행이 지명한 3인 중 한 명이지만 킴벌리클라크 쪽의 방침에 부합하는 경영을 해 와 유한양행과 종종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기간 중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최 사장이 유한양행의 눈 밖에 난 이유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 사장 후임으로 최병선 전 부사장을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킴벌리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 전 부사장은 2007년 8월 문국현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사실상 회사 경영을 총괄했었으나 킴벌리 측의 견제로 2010년 5월 회사를 떠났다.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뛰어난 실적도 유한양행이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배경이다. 유한킴벌리의 작년 매출은 1조3041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인 반면 유한양행은 매출 6792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유한양행의 실적에 유한킴벌리의 기여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킴벌리클라크사의 요구대로 이사비율이 조정돼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 킴벌리클라크는 손쉽게 로열티 증액이나 운영비 부담, 고배당금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유한킴벌리 의존도가 높은 유한양행의 기업가치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42년간 이어온 공동경영을 깨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은 자회사 유한킴벌리의 지분법 이익이 500억원에 달해 올해 적정주가를 구했을 경우 현 주가에서 30% 상승 여력이 있다”며 “유한킴벌리의 경영권이 킴벌리클라크로 넘어간다면 유한양행의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성/이고운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