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짝퉁 통계
‘산자이 람보르기니 42만위안(7600만원)에 판매함.’ 지난 18일 중국의 대형 포털 바이두에 올라온 광고문구다. 사진속 스포츠카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정품과 똑같았다. 정상가격 5억4000만원짜리 다.

산자이(山寨)는 중국말로 짝퉁이다. 원래 뜻은 도둑놈 소굴. 뭔가 은밀하고 불법적인 냄새를 풍긴다. 하긴 하수구에서 퍼낸 뒤 채로 거른 폐식용유나 돼지고기에 향료를 뿌려 만든 가짜 양고기를 당당하게 팔기는 어렵다. 손님을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 돈을 빼앗는 엉터리 노선버스도 마찬가지다. 산자이는 본래 이렇게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확산되는 것은 중국사회의 관용 때문이다. 산자이가 생활 속 깊숙이 침투, 하나의 ‘문화’가 된 이유다. 중국 대도시에서 자가용을 개조한 불법택시는 운전석 앞에 표시등을 켜고 다녀 누구나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단속하는 경찰은 없다. 대도시마다 산자이 전용 상가가 성업 중이다. 국제모터쇼에는 짝퉁 롤스로이스가 전시된다. TV의 유명프로그램을 흉내 낸 짝퉁방송이 인터넷에서 활개친다. 중국사람들조차 “어머니와 조국을 빼곤 다 가짜”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중국정부는 한술 더 뜬다. 우리의 특허청격인 지식산권국은 몇 년 전 창의성이 있는 산자이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은 짝퉁업체끼리 분업화된 구조를 갖추며 산업화하고 있다. 중요 부품을 나눠서 제조한 뒤 조립해 판다. 산자이 제품은 가전제품 유통매장에서도 당당히 팔린다. 정부가 ‘불법의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이는 이렇게 불법이지만 불법이 아닌 기이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물론 골치 아픈 산자이도 있다. 멜라민분유 같은 엉터리식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를 가짜로 만들어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 중국 직할시 등 31개 지방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국가 GDP를 3조5000억위안(594조2700억원)이나 웃돌았다. 그뿐만 아니다. 부동산가격, 실업률, 인구, 소득 등 도처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숫자들이 돌아다닌다. 관리들이 윗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숫자를 가공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4일 중국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짝퉁통계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혼란의 덫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란 치욕적 비난에 대한 중국의 답변은 아직 없다. 엉터리 통계에 관용을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짝퉁 변명’을 찾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