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병원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면 각 병원의 업무 특성이 반영된 데이터 구조를 일일이 설계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병의 세세한 특성과 의사 및 환자의 요구사항은 물론 운영체제에 맞는 각종 규약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의 특화된 작업을 보다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일종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이지케어텍(사장 위원량)은 복잡한 병원 업무를 쉽게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있다. 2010년 12월 정부의 WBS(world best software) 사업에 선정된 이 회사는 정부자금 71억7500만원을 포함, 총 116억9750만원을 투입해 프레임워크 ‘HSF’를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관계자는 “기반 소프트웨어인 프레임워크는 일단 개발되면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하지만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기업들이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는 분야”라며 “WBS 사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개발을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전자의무기록(EMR)·진료의사결정(CDSS)·의료정보교환(HIE) 등 기본 모듈의 설계를 비롯해 의료분야 공통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와 서식의 설계, 사용자 인터페이스 템플릿 개발 등을 끝냈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한 모듈은 기존 병원에서 하던 업무를 단순히 전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경험까지 반영해 실용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개발 프로젝트엔 비트컴퓨터와 소프트포럼, 인텔코리아 등 기업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성민병원, 순천향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충북대병원 등 병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실험단계인 ‘HSF 버전 0.9’를 올 연말까지 참여 병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끝내면 이르면 연말부터 ‘HSF 버전 1.0’을 국내 병원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이 종료되는 2013년 5월 말까지는 해외 시장에 공급할 ‘HSF 버전 2.0’을 내놓을 계획이다.

위원량 사장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도입한 우리 회사의 EMR 시스템이 미국 의료정보관리 및 시스템학회(HIMSS)로부터 아시아권 최초로 7단계 인증을 받았다”며 “WBS 사업이 마무리되면 의료분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는 이미 국내·국제 학술지에 여러 편을 발표했다.

협력 업체인 비트컴퓨터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태국의 비파람병원, 수란나리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을 견학한 태국 줄라롱컨병원 측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위한 교류 협력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연구·개발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엔 국내외 시장에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