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24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이제 경기부양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으며 인플레이션 통제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신흥국의 자산 거품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중앙은행 간 협력기구인 BIS는 이날 스위스 바젤에서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돈을 푸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부 재정 긴축이나 은행 재무제표 개선 등 개혁 조치가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 결정이 정부의 자금 조달 필요에 따라 강요당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쳐진다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또 “재정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은 위기 대응에 빨리 나서야 하며 (독일과 중국 등) 수출주도형 강국들은 내수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부채 위기에 과도한 대응을 해왔고 그동안 시행한 (양적 완화)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간을 벌어준 것에 불과하다는 게 BIS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돈을 푼 결과 일부 신흥국에서 대출이 늘고 자산 거품이 발생했다며 이것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경고는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추가 경기부양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QE3) 정책에 나선다고 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일부 시장의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하이메 카루아나 BIS 사무총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최후의 정책 결정자 역할을 떠맡으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아닌 각국정부가 경제위기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