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법정관리, 회사채 투자자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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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증권부 기자 kej@hankyung.com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회사채 투자자는 소외되거나 차별받기 일쑤입니다. 변제순위가 앞서는 채권자보다 주주에게 유리하게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게 말이 됩니까.” 범양건영의 회사채 투자자는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범양건영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초 투자자 협의회를 꾸렸다.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범양건영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작년 10월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문제였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감자비율이 지나치게 작아 채권자가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안이 만들어졌다. 최대주주가 보증과 담보를 제공한 자산에 대한 회수계획은 아예 빠졌다. 회생계획안은 부결됐고, 지난 18일 범양건영은 재차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직접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범양건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법정관리 중인 대한해운의 회사채 투자자들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대한해운이 당초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출자전환 비율과 신주 발행가격 등에서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었다.
채권 전문가들은 관리인유지제도(DIP)를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현행 법정관리 제도에서는 대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을 맡는다. 대한해운과 범양건영도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서 회생계획안 작성에 영향을 미쳤다. 최대주주가 회생계획안 작성에 개입하다보니 채권자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회사채 투자자 보호는 미흡하다. 투자한 기업이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한 줄 모르고 채권자 신고를 놓쳐 투자금을 날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정한 제3자 관리인 선임 등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부실기업 경영진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을 돈이 궁할 때만 앞에서 손 벌리면 되는 ‘자금 방패막’ 정도로 봐선 안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에 등을 돌리면 아쉬운 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은정 증권부 기자 kej@hankyung.com
범양건영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초 투자자 협의회를 꾸렸다.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범양건영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작년 10월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문제였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감자비율이 지나치게 작아 채권자가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안이 만들어졌다. 최대주주가 보증과 담보를 제공한 자산에 대한 회수계획은 아예 빠졌다. 회생계획안은 부결됐고, 지난 18일 범양건영은 재차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직접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범양건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법정관리 중인 대한해운의 회사채 투자자들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대한해운이 당초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출자전환 비율과 신주 발행가격 등에서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었다.
채권 전문가들은 관리인유지제도(DIP)를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현행 법정관리 제도에서는 대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을 맡는다. 대한해운과 범양건영도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서 회생계획안 작성에 영향을 미쳤다. 최대주주가 회생계획안 작성에 개입하다보니 채권자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회사채 투자자 보호는 미흡하다. 투자한 기업이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한 줄 모르고 채권자 신고를 놓쳐 투자금을 날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정한 제3자 관리인 선임 등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부실기업 경영진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을 돈이 궁할 때만 앞에서 손 벌리면 되는 ‘자금 방패막’ 정도로 봐선 안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에 등을 돌리면 아쉬운 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은정 증권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