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지면과 직접적으로 닿는 곳은 타이어뿐이다. 타이어 하나당 A4 용지 한 장의 크기 즉, 자동차는 거대한 체구를 A4 네 장 면적에 딛고 달리는 셈이다. 그만큼 타이어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비나 눈이 올 때,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대를 과격하게 틀어버릴 수도 있다. 타이어는 이럴 때 자동차의 자세제어장치 등과 함께 차체의 중심을 잡아주고 미끌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초고성능(UHP) 타이어를 구매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타이어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프랑스의 미쉐린타이어가 직접적인 성능 비교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미쉐린 파일럿스포트 익스피리언스 2012’ 행사를 개최한 것. 미쉐린타이어뿐만 아니라 피렐리와 한국타이어 등 경쟁사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주행코스도 마련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타이어를 만든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교 프로그램은 △슬라럼 코스 △하이 스포츠 코스 △서킷주행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됐다. 슬라럼은 과격한 핸들링을 통해 타이어의 접지력을 확인하는 코스다. 폭스바겐 GTD 두 대에 미쉐린의 파일럿스포트2(PS3)와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을 장착해 달렸다. PS3는 미쉐린의 고유 기술인 ‘트와론 벨트’와 ‘듀얼 컴파운드’를 적용해 고른 노면 접지력과 배수성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하지만 결론은 ‘누가 나은지 알 수 없다’였다. 어느 타이어가 뚜렷하게 우위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란 탓이다. 다만, 젖은 도로에서 미쉐린의 꺾이는 각도가 약간 적다는 정도였다. 이에 대해 미쉐린 측은 “벤투스 S1과 PS3 모두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제품”이라며 “코스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난이도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비교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은 또 “S1은 국내 시장에서 PS3보다 비싼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성능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벤투스 S1이 PS3보다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하이 스포츠 코스. 미쉐린의 최상위급 제품인 파일럿 슈퍼스포츠(PSS)와 피렐리의 동급 타이어를 비교해보는 순서였다.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C63 AMG. 슬라럼이 아닌 실제 서킷을 슈퍼카급의 차종을 타고 운전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역시 비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 타이어 모두 우수한 접지력을 보이며 차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 코스를 경험한 후 마지막 서킷 주행 순서로 넘어갔다. 일본인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벤츠 SLS AMG 차량에 동승했다. 이 드라이버는 평균 시속 200㎞의 속도로 서킷을 질주했다. 차의 성능도 놀라웠지만 폭발적인 힘을 다 받아내는 타이어의 성능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차에는 PSS가 장착됐으며 별도의 비교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

미쉐린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부가티’가 기네스 기록에 도전할 때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타이어 회사이자 지금의 타이어 모양은 물론 각종 신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불행히도 이번 행사에서 기자는 미쉐린 타이어 비교 테스트에서 눈에 띄는 차이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하지만 미쉐린이 이런 행사를 진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회사가 제품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암=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