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신보건법에 규정된 정신질환자 개념을 축소해 가벼운 우울증 같은 경증 환자는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진작에 손을 대 풀어야 했던 일이다. 별 문제가 아닌 질환으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만 해도 심각한 환자로 간주해 취직, 자격증 취득, 보험 가입 등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형벌과 다름없다. 그동안 말 못할 고통을 속으로 참아야 했던 당사자들은 이제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실태조사결과 만 18세 이상 성인의 14.4%인 519만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현재 법대로라면 모두 정신질환자로 규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대인치고 가벼운 우울증, 불면증, 두통 같은 것을 달고 살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 쉬쉬하며 지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실제 정신질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정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다.

통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암수(暗數,dark figure)의 문제다. 말 뜻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숫자가 존재한다. 살인사건 발생건수 같은 통계는 근거(시신)가 있어 거의 실제와 일치하지만, 성추행 같은 것은 보고된 숫자보다 실제 건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수치심이나 도덕적 가치와 관련된 통계는 대부분 이런 영역에 속한다. 그렇지만 국가통계에서도 오류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이 2006년 발표했던 인구 추계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이 대거 누락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외국인의 유입 증가라는 변수를 빠뜨려 미래 인구 전망치에 50만명 가까이 차이가 생겼다. 그동안 이 인구통계를 갖다 쓴 정책들이 제대로 돌아갔을 리 만무하다.

통계를 작성하고 해석할 때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국가통계에선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기초자료에 대한 섣부른 해석은 정책의 실패로 직결된다. 노인복지정책 같은 것은 한번 잘못 만들어지면 두고두고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통계를 골라 쓰는 데 이골이 난 공무원들은 조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