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는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다. “기존에 잘 알려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노바티스)보다도 약효와 안전성이 뛰어나 백혈병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이 회사는 강조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슈펙트는 글리벡 내성 환자에 대해 최대 20배가량 높은 약효를 가지며, ‘슈퍼 글리벡’으로도 불리는 타시그나·스프라이셀 등 다른 글로벌 약품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독성을 나타낸다. 임상 결과 초기반응도 및 약효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유효성 평가에서 기존 글로벌 제품과 동일 치료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우수함이 확인됐고, 안전성 부분에서도 다른 제품에서 나타나는 심장독성 폐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슈펙트는 현재 1차 치료제 허가 취득을 위해 국내 및 해외 4개국에서 지난해 8월부터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또 임상 1·2상 결과를 토대로 ‘글리벡 내성 환자 치료를 위한 2차 치료제’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신속심사를 받아 2012년 1월 제조품목 허가를 따냈다. ‘국산 신약 18호’로 등재된 것이다. 올해 4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타당성 및 임상유용성 검토를 마쳤고,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9개국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슈펙트는 글리벡 내성세포주에 대한 증식억제효과가 최소 5배, 최대 20배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백혈병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구투여에 의해 위장에서 잘 흡수되며, 전임상 독성시험에서는 타시그나에 비해 2.5~3배 이상의 안전성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의 경우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1인당 GDP가 1만달러 이하의 저개발국이 대부분이다. 고가의 처방약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백혈병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개발 초기부터 저렴하고 경제적 약가로 보급을 목표로 한 슈펙트는 아시아의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의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 선진 제품이 독점하고 있는 약 5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백혈병 치료제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펙트는 정상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를 정확히 골라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다. 분자생물학 발전은 물론 관련 산업 촉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신호전달체계를 이용한 표적항암제 스크리닝 및 개발에 이르기까지 국내 혈액항암제 신약개발체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슈펙트의 프로젝트명은 ‘IY5511’ . 일양약품을 의미하는 IY와, 2005년의 끝자리인 5와 511번째 합성 끝에 발견한 신물질이라는 의미를 합쳐 만든 명칭이다. 슈펙트는 슈퍼(super), 완벽한(perpect), 효과적인(effect)의 합성어로 ‘가장 완벽한 효과’를 의미한다. 국내 첫 희귀의약품이자 대한민국의 슈퍼 백혈병 치료제가 되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슈펙트의 성분명 라도티닙(Radotinib) 안에는 ‘우리의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Representative Antileukemic Drug of Ours)라는 뜻이 담겨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버거운 일이며 새 후보물질을 동물에 주입시키면 약독 탓에 여지없이 죽었다”며 “511번째 후보물질을 발굴하기까지 무수한 동물들에게 빚을 졌고 위령제도 많이 지냈다”고 말했다.

슈펙트는 2006년부터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위해 43억원을 지원받았으며, 2008년 11월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의 하반기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과제 공모에서 신약 임상시험연구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복지부의 정책 지원 및 식약청과 한국신약개발조합의 자문 덕에 슈펙트의 임상연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경제적 약가와 ‘슈퍼 백혈병 치료제’라는 두 가지 장점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