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좋은 광고’란 무엇일까? 한 건축가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건축이란 건축주와 건축가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이어야 한다.” 이 말을 광고에 대입하면 이렇다. “좋은 광고란 광고주와 광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이어야 한다.”

20세기에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었고, 대중문화 왕국의 재상이었다. 현대사회의 공식적 예술(official art)로 그 위력과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때문에 광고는 옹호론 못지않게 비판론에도 시달렸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들이 광고의 위력을 얘기하거나 사회문화적 가치나 영향력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느 때부터인가 광고는 광고주의 마케팅 도구로만 인식됐다. 브랜드와 시장점유율,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상업적 역할만 강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광고가 작아졌다.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의 내용이나 전달방법이 광고주 이익만을 위한 방향으로 축소되면서 20세기 광고가 차지했던 인류사적, 사회문화적 위상은 현저히 약화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광고의 역할과 기능이 판매도구 중심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생각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는 극소수다. 신한은행 광고는 이런 극소수에 속한다. 이 광고는 “금융의 이름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고객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따뜻한 은행’ 철학을 전달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고객과의 동행’을 통해 고객의 희망과 성공, 행복을 응원하려는 신한의 금융철학을 다짐하는 것이 중심내용이다. 이러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서 이 광고는 박칼린이라는 의외성이 큰 뮤지컬 감독을 모델로 기용해 차별화와 주목도를 높였다.

박칼린과 작곡가 김형석의 스토리가 내재된 광고출연,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박칼린의 열정적인 노래장면, “내가 가는 길이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가면 좋겠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동행’ 컨셉트와 썩 잘 어울리는 음악의 선곡 등도 이 광고의 주목도와 흥미효과, 그리고 기억효과를 높였다. 무엇보다 ‘동행’이라는 메시지가 갖는 시대적 공감성(시의성)과 공익성, 모델의 차별성과 음악의 적합성, 광고주의 금융철학 등이 잘 어우러져 신한은행의 기업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새롭게 바꿔놓았다.

‘동행’이라는 쉽지 않은 메시지를 모델과 음악과 광고 스토리로 잘 전달한 것은 광고 제작자(연출자)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언젠가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디자인센터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디자인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 이어서 좀더 작은 글씨로 “아니다. 그러나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겸손하지만, 자부심이 돋보이는 그 문구를 광고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광고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러나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현수막이 어딘가에 걸릴 날이 올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커져야 하고, 지금보다 조금은 더 넓고 높은 세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광고주, 광고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광고가 되어, 때로는 ‘광고 이상의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판매 메시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품광고보다 좀더 철학적이고 공익적일 수 있는 기업광고의 역할이 기대된다.

지금은 너무 많은 매체,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이미지가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보와 이미지의 과잉시대다. 그러다 보니 광고주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보다는 소비자의 공감과 경험이 묻어나는 광고, 소비자를 위로하거나 편안하게 만들며 즐겁게 하는 광고, 소비자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의 대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런 광고가 더 힘 있는 시대가 됐다.

‘동행’은 함께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함께 행복해지자는 의미도 있다. 신한은행이 광고로서만이 아니라 기업철학과 행태, 상품, 서비스 전반에서 고객과 함께 행복을 만드는, 진정한 ‘동행’의 발신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병량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