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유음료시장에는 두 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다. 상반기 구제역으로 인한 원유(原乳) 생산 차질, 하반기의 원유가격 인상이 그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상반기의 구제역은 끼워팔기 제품의 판매를 줄이는 계기가 돼 일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하반기의 원유가격 상승(8월에 18.5% 인상) 때는 제품가격 인상이 늦어져(11월)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부문별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시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반면 발효유 소비량은 4% 증가했다. 기능성이 강화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시유 안에서도 백색우유는 1.8% 감소했지만 가공우유는 2.6% 증가, 다양성과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가 나타났다. 발효유시장에서는 액상이 6% 증가, 2년 연속 회복세를 이어갔다. 업체들의 프로모션이 강화돼 호상쪽 소비가 상당부분 이전된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화하는 가격 인상 효과

2012년 유음료시장은 지난해 11월의 가격 인상 효과로 금액 기준 전년 대비 3%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에 대한 물량 저항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브랜드가 강한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위축기에는 브랜드 위주의 소비 성향이 더욱 강해지므로 이들 업체의 물량 감소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빙그레도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와 같은 가공유와 호상발효유 부문에서 1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가공유와 액상발효유 중심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다. 가공유시장에서는 기존의 과일맛 이외에 커피맛 카테고리가 크게 성장하고 있고, 액상발효유시장에서는 업체의 경쟁적 프로모션으로 시장의 활황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빙과시장은 기상 악화로 정체

지난해 빙과시장은 2010년 규모로 정체됐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인상됐지만 기상 악화로 판매량이 감소한 탓이다. 특히 여름 제품인 바 타입의 판매액이 전년 대비 7.3% 감소,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바류가 부가가치가 가장 우수한 카테고리이다. 하지만 업계의 체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소득 증가로 디저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홈 타입 이외에 빙그레의 ‘끌레도르’와 같은 프리미엄 카테고리가 인기를 끌고 있고 컵 타입도 롯데제과의 ‘와쿠와쿠’와 같은 신제품을 중심으로 23%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들 신제품은 소비층을 시니어층으로 끌어올려 고부가 품목의 비중을 확대시키고, 판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 자제 움직임

올해 빙과시장의 향배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후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기상 호전이 예상되지만, 이 밖에 고가 제품의 비중이 늘어나고 업계의 신제품 개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빙과 소비자가격 인하 움직임도 장기적으로 제조업체의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빙과 제품은 유통의 80%를 차지하는 소매시장에서 소비자가격 대비 20~70% 수준으로 할인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의 가격 인하는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실제 팔리고 있는 시장 가격의 평균치에 근접하도록 낮춘 것이다. 제조업체의 납품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 즉 이런 변화로 중간 유통상의 할인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중간 유통상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것이 정착되면 채널 내, 또는 채널별 같은 브랜드의 가격이 통일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각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상승할 것이고,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정책의 효율성이 증대돼 일부 제품은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 업계의 이런 노력은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으로 이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kjlee@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