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에서 일본을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2등급 국가'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1등급 국가로 분류됐고 일본과 함께 캄보디아, 인도 등이 2등급 국가에 포함됐다.

일본은 미국 국무부가 TIP를 처음 발표한 2003년부터 10년째 2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8개국(G8) 국가 중에서 일본만 2등급이다.

여성 인권 후진국 일본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외국인 여성은 한국인이다. 폴라리스 프로젝트 재팬에 따르면 2005년부터 여성 핫라인(일본 0120-879-871)으로 한 전화 상담 2500여 건 중 30%는 한국 여성이었다.

피해 여성 상당수는 '일본 남자는 매너가 좋다. 술을 억지로 마실 필요도 없고 돈은 쉽게 벌 수 있다'는 등의 인터넷 허위 광고에 속아 일본행을 택했다.

한국인 여성 A씨도 한국인 브로커에게 속아 대한해협을 건넜다. 도쿄 우에노(上野)에서 '딜리버리 헬스'(출장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A씨가 사는 아파트에는 도주 방지용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됐다. A씨가 폴라리스 프로젝트 재팬에 구조를 요청했을 때는 골반 복막염으로 피를 많이 흘린데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가 이 지경이 되도록 일본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현지 당국이 외국인 성매매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포괄적인 인신매매대책법이 없고, 일본 정부는 법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폴라리스 프로젝트 재팬 관계자는 "한국은 수많은 자국 여성들이 일본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